[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취업해도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캥거루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청년층 경제활동상태 선택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 4290명, 미취업자 1397명 등 청년 5687명을 조사한 결과, 취업자의 53.2%가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했다.
본인이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한 청년은 26.7%에 지나지 않았다. 6.5%는 배우자가 부담한다고 답했다.
기타 응답이 13.5%였는데, 여기에는 생활비의 '가구원 간 공동 부담'이 포함된다. 따라서 부모가 전부 혹은 일부라도 생활비를 부담하는 비율은 53.2%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취업 후 부모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선진국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현상이다. 선진국도 캥거루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지배적인 현상은 아니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된 이후에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거나,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층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우리나라에서 캥거루족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1061명을 조사한 결과 '스스로 캥거루족이라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6.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의 37.5%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취업자가 캥거루족이 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경우도 독립성이 강해서라기보다는, 부모 소득이 워낙 낮아 이에 의존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비(非)캥거루족 취업자의 가구소득(취업자 본인 소득 제외)은 1390만원에 불과해, 캥거루족 취업자의 가구소득 3385만원보다 훨씬 낮았다. 가구소득이 워낙 낮아 어쩔 수 없이 비캥거루족으로 자립해야 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처럼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이유를 날로 치솟는 월세나 전셋값 등 주거비 부담과 생활물가의 전반적 상승 등으로 인해, 청년층이 스스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결혼을 위한 전셋집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당액의 저축이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청년층 일자리 임금이 낮거나 비정규직이 많은 경우 그 자금을 혼자서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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