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과 무관한 '사전통보' 문제삼기도…국회 대변인과 주장 엇갈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8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회담과 관련 "고작 13분 동안 회담했다"며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일방적이고 모호하다'고 비난했다.

'노무현의 남자'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 요구를 박 대통령이 수용하고,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해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평가는 없이,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직접 선언하라고 종용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어렵게 발걸음하셨는데 하신 말씀은 달랑 세 문장이었다"며 "고작 13분 동안 회담했다. 박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와서 진솔한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관련 박 대통령의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빗대어 "90초 사과, 9분 재사과의 재판(再版)일 뿐"이라고 치부한 뒤 "자기 말과 요구만 일방적으로 쏟아놓고 돌아서버린 대통령의 뒷모습에 또한번 절망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대통령의 말씀은 모호했다"며 "국회 추천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었다"며 "국민과 야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겠단 건지, 아니면 계속해서 실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으로 남아있겠단 건지"라고 사실상 국정 포기를 거듭해서 종용했다.

그러면서 "국민 마음에서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 더 이상의 집착은 미련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사전에 야당과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격적으로 국회를 방문한 건 절차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며 "오늘 제안 역시 국면전환을 위한 것 아니냐"고 가세했다.

국민의당에선 이용호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언급 없이 무늬만 책임총리, 무늬만 거국내각으로 국민의 분노가 수그러들진 않을 것"이라며 "총리의 내각 통할은 헌법에 나와 있는 내용일 뿐이고 국회의 추천 총리의 권한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라고 대통령 탈당과 2선 후퇴를 주장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국회 방문 자체는 평가한다"면서도 "13분의 만남은 너무 짧아 사태의 수습 의지도 방안도 없어보인다"며 "혹여 보여주기식 행차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박 대통령에게 "국회 방문 일정을 잡았으면서도 우리 당엔 아침에서야 통보를, 더민주엔 아예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과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발표해 대통령이 일부러 문전박대 코스프레를 의도한 것 아니냐"고 의혹 제기로 나섰다.

손 수석대변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야당 협조로 무마될 사안이 아니다"며 "탈당과 책임총리의 권한에 대해 명확한 입장부터 발표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협조를 구할 대상은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박 대통령-정세균 의장 회담 내용을 브리핑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확히 말씀드린다"며 "이 자체는 국회의장과 대통령의 만남이고, 애초 제안도 그렇게 왔다"면서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이 같이 만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두 야당이 회담과 무관하게 사전 통보 여부를 놓고 '트집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또 "정 의장께선 국회의장을 만나기보단, 여야 영수회담이 먼저 아닌가 하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고 아침에 좀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오늘 이런 만남이 있다'고 원내대표들에게 전달한 사항이었지 참석을 하시란 게 아니었다"고도 확인했다. 더민주 측에 사전통보가 없었다는 두 야당의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로 보인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정진석 새누리당·우상호 더불어민주당·박지원 국민의당 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에게 요청해 오후 2시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했다. 

정 의장이 회담 내용을 3당 원내대표들에게 설명하고, ▲국회 추천 총리 ▲여야 영수회담 ▲최순실 파문 관련 특검법과 국정조사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입법안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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