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서명권 존재, 2선후퇴론은 위헌…타협 통해 점차 받아내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에 따라 새로이 여야 합의 총리 추천을 부탁한 8일 자신이 사실상 지명 철회됐다는 시각에 대해 "지명철회라는 단어를 쓴건 아니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김병준 내정자는 이날 내정자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특히 "저를 끌어내리는 방법은 여야가 새로운 총리에 빨리 합의를 해서 제가 사라지게 하거나 대통령께서 지명철회를 하는 것"이라며 "자진사퇴는 하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완강히 고수했다.

김 내정자는 "(야권에서) 지명철회를 선결 조건이라고 말하는데 여야가 합의를 하면 저의 지위는 자연스럽게 소멸한다"며 "녹아 없어지는 얼음이다"라고 말했다.

   
▲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의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사진)은 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으로 자신이 지명철회된 것에 다름없다는 시각을 전면 반박했다./사진=연합뉴스


자진사퇴를 하지 않으면 국정 난맥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야·청이 저의 존재로 인해 부담을 좀 느낀다"고 답했다. "내가 가진 유일한 카드는 내정자 신분이라는 사실"이라며 "이걸 갖고 여야의 합의 구도를 이룰 수 있도록 압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정작 박 대통령의 요청에도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총리 협의를 거부하고 있는 야권을 향해 "제발 협의 테이블에 나와라. 테이블에 나와서 선결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테이블에 들어가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하도록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2선후퇴론 자체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인사·국정 등) 서명권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라고 하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헌법적 의무 위반이고 그것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대통령으로부터 항복을 받으려 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점진적으로 받아내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가를 운영하면서 하나씩 주고받는 일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내정자는 또 "정치인들이 시위에 나가서 같이 심정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플러스알파로 국민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합의를 해야 한다"며 "그게 프로정치인의 정신"이라고 야권의 '대통령 하야 정국' 조성 등 장외투쟁 행보를 비판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집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여론을 모를 리가 없고 나름대로 읽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고,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의혹 제기엔 "정치적인 야심이 있었다면 배지를 달아도 여러 번은 달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도록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는 것이라는 지적엔 오히려 "만났으면 좋겠는데 같은 패키지로 묶일까봐 오해가 두렵다"며 "대통령은 대통령 입장이 있고, 저는 제 입장이 있는데 마치 두 쪽이 협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그걸 두려워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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