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여권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측근 인사들을 통해 국민의당과 접촉,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9일) 저녁 KBS라디오 '공감토론'에 출연해 "반 사무총장 주위 분들이 최근 우리 당에도 노크를 하더라"라며 "이젠 친박 새누리당 후보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출입기자단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의 언급이 사실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글쎄 저는 잘 모르겠다. 박 원내대표 얘기는 별로 '심쿵'하게 와닿는 얘기가 아니다"고 받아 넘겼다.

'심쿵'은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로, 정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의 언급에 개의치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출입기자단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반 총장과 같은 충청권 인사인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의 새누리당 대선후보 출마 기반을 다지기 위해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으로 인한 당내 계파 갈등을 수습하려 애쓴 바 있다.

특히 당 위기 이래 '보수 결사'를 강조해온 그는 친박계 이정현 대표 사퇴여부를 의제로 한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찬반 대립이 끊이지 않자 "당이 완전히 버림받게 생겼는데 이런 당에 반 총장이 오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또 7일 출입기자단과의 브라운백 미팅에서 "반 총장은 '병든 보수'의 메시아는 결코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분열을 수습하고 절대 결속해서 집권해야 한다는 각오로 당을 리빌딩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립이 끊이지 않자,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 사퇴를 공식 촉구한 뒤로 양측 모두와 거리를 두고 있다. 당 최고위에도 이틀째 참석하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비박계 주도의 '비상시국회의' 참여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무 관련된 건 제가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다"며 "주류와 비주류의 대화의 중심에 서고 있지 않다"고 관망적 태도를 견지했다.

당내 초·재선과 3선 이상 의원들이 결성한 '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모임'(진정모)에 대해서도 "와달라고 해서 간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 얘기도 들어본 기회가 없다"고 깊이 관여한 바 없음을 시사했다.

당 지도부에서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재창당준비위'에 관해서도 "잘 못들어봤다"며 "예산국회과 거국내각 구성에 집중하고 있고, 다른 주제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원내 현안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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