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속단아닌 지단"에 野 폭소…이재정, 총리 단상에 달력 던져놔
[미디어펜=한기호 기자]11일 열린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긴급현안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모욕주기' 십자포화를 퍼붓는 야당의원들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노회찬 의원은 경기고 72회 동창인 황 총리에게 "박승주 전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 제청을 황 총리가 했느냐"는 질문에 황 총리가 "제가 했다"고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노 의원이 "거짓말"이라며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추천을 받아 제청했느냐"고 하자 황 총리는 "의견을 들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노 의원은 "답하는 게 박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다. 그렇게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고, 황 총리는 "적절하지 않은 말씀하지 마시라. 저는 저대로 제청했다"고 지지 않았다.

노 원내대표가 "최순실씨가 차은택씨 부탁으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추천한 게 제청"이라며 "실세 총리는 최씨이고 나머지는 껍데기"라고 힐난했다.

황 총리가 "속단하지 마시라"고 되받아치자, 노 원내대표는 "속단(速斷)이 아닌 지단(遲斷·늦은 판단)"이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사실상 야권의 '독무대'였던 국회 본회의장 곳곳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와 정부 질타만 계속돼 실질적 진상 규명은 뒷전인 가운데 진중함마저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황 총리는 최순실 파문과 관련 '총리 책임이 크냐, 대통령 책임이 더 크냐'는 질문엔 담담하게 "(대통령보다) 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노 의원은 황 총리의 답변에 "대단하시다"면서 "그럼 황교안 게이트인가. 박근혜 게이트인데 왜 누명을 뒤집어쓰느냐"고 빈정댔다.

이에 황 총리는 "국정을 잘 보좌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일로 국민에게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아주 송구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박 대통령의 불행은 총리처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사람이 직언을 못한 것"이라고 거듭 쏘아붙였고, 황 총리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분야의 말씀은 드리고 소통하면서 (박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셨다"고 직언을 피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황 총리는 12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민중총궐기와 촛불집회에 대해선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시위 현장에 나갈 의사가 있느냐는 노 의원의 물음엔 "의원님 말씀 참고하겠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질문 내내 황 총리와 각을 세웠다.

이재정 의원은 "통합진보당 해산도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토론에서 이정희 대표가 '당신 떨어뜨리러 나왔다'는 말을 괘씸하게 여긴 최순실 언니가 기획했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샤머니즘이 국가시스템을 무너뜨렸다. 어떻게 보느냐"고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으로 귀결된 문제를 샤머니즘으로 '물타기'하고 나섰다.

황 총리가 "제가 (법무부 장관 시절) 헌재에 직접 청구한 사건"이라며 항의조로 해명하려 하자, 이 의원은 말을 끊어버리며 "제 질문에 답하라. 보도자료든 페북에 쓰든 하라"고 단순 답변을 종용했다.

이 의원은 또 "작년 12월 의원실에 배포된 달력이다. 뱀을 드는 것보다 더 소름끼친다"며 연단을 이탈, 오방무늬 설명이 있는 문체부 제작 달력과 오방끈을 황 총리 앞의 단상에 직접 던지듯 가져다 주자 황 총리가 "뭐 하는 것입니까"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황 총리는 "대통령이 ('사교에 빠졌다'는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 했고, 그럴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이 의원과 10초 이상 '눈싸움'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 의원이 자신이 '관제행사 의혹'을 제기했던 2015년 신바람 페스티벌을 거론하며 "논란 들어보셨나"라고 묻자, 황 총리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고 이 의원이 "총리 하면서 뭐했느냐"고 비난하자 황 총리는 "할 일이 많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단상 앞까지 달려와 "그런 대답이 어딨느냐"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무위원 자격이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잘 처신해달라"고 하자 황 총리는 "사실과 다른 말씀이 많아서 한 것이다. 유의하겠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이에 이 의원은 "괘씸하지만 장어같이 잘 빠져나간다"고 빈정댄 뒤 "공적이든 사적이든 최순실을 알았느냐"고 물었고 황 총리는 "제가 연으로 아는 건 전혀 없다. 찌라시를 통해 이름이 나와서 아는 게 전부"라고 방어했다.

이밖에 이 의원은 "황 총리가 왜 (최순실) 부역자인지 말하겠다. 세월호 7시간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모른다고 한다"며 "증거에 의하지 않으면 확신 못 하는 분이 어떻게 대통령이 집무를 본다고 확신하느냐"고 '세월호 7시간 의혹'과 최순실 파문을 엮어 황 총리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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