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1.21전대 한달전 사퇴' 약속하고도 비박 당협위원장 반발 직면
비박회의체 18일 정식 출범할듯…정진석, 국정수습 위한 자문회의 열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비박계가 14일 '이정현 지도부' 불신임을 거듭 주장하며 별도 지도부 마련에 착수하는 한편 일부 원외당협위원장은 이정현 대표 사퇴 촉구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사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에 즉각사퇴 거부 의사를 확고히 해 지도부 양분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는 전날 내놓은 ▲내년 1월21일 조기 전대 개최 ▲중립내각 출범 즉시 사퇴 ▲대권-당권 분리 당헌개정 제안을 내놓은 데 이어 '전대 1달 전 사퇴'까지만 양보한 뒤 즉각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어느쪽에도 개입하지 않고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발 국정수습 만을 목표로 한 별도의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당 회의체가 3갈래로 쪼개지는 모습을 노출했다.

비박계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나경원 의원실에 모여 비상시국준비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갖고 전날 이정현 대표가 내놓은 당 쇄신 로드맵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안이다.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회의엔 정병국·나경원·김재경·김세연·이종구·장제원·오신환·하태경·이학재·황영철·정양석·김현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브리핑을 맡은 황영철 의원은 이같은 결론을 밝히고 "거국내각에 여당 대표로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국민과 당원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대표가 거국내각에 참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야당이 현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야당의 목소리를 같이 담아내고 또 국민이 원하는 국정안정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당 내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그룹이 필요하다"고 비상시국회의체 구성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 새누리당 비박계는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나경원 의원실에 모여 비상시국준비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갖고 전날 이정현 대표가 내놓은 당 쇄신 로드맵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안이다.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면서 "당의 지도자급 인사와 시도지사 등을 포함한 대표자 회의 형태로, 그리고 수요일(16일) 오후 2시 실무회의를 포함한 회의를 열고 결정된 안들을 금요일(18일) 오후 2시 시국회의 전체의 안을 올려 추인받겠다"고 회의체 구성 계획을 밝혔다.

대표자 회의엔 김무성 전 대표, 강석호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4선 이상 중진들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남경필 경기지사 등 잠룡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시국회의에 참석한 재선 의원들은 같은날 오후로 예정됐던 이 대표 주재 당내 재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도 불참키로 했다고 황 의원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는 비슷한 시각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년 1월 조기 전대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착수했다.

중립내각 총리 추천에 관해선 "여야가 공동으로 추천하지 않고 야당이 추천하는 총리를 받아야 될 시점"이라고 조원진 최고위원이 밝혀 '이 대표가 총리 추천 논의에 개입하는건 안 된다'는 비박계의 주장을 비껴갔다.

대표직 즉각사퇴 요구에 대해선 이 대표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 가치를 반드시 지켜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당원들이 피땀흘려 만들어놓은 당에 대해 어느 누가 쉽게 해체한다, 탈당한다, 당을 없앤다는 말들은 자제해달라"고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다만 직 사퇴 요구에 대해 한층 양보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거취에 대해 "12월 전이라도 거국내각이 안정되면 즉각 사퇴한다는 것이고, 안정되지 않더라도 1월21일 전대 한달 전 정도인 12월20일 정도까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날 오전 최홍재(은평갑)·김상민(수원을)·김진수(중랑갑)·이준석(노원병)·이기재(양천갑) 당협위원장 5명이 국회 본청 당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의 즉각사퇴와 비대위 즉각 구성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기 시작하는 등 내홍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김상민 위원장은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등 중요한 절차를 하는 데 있어 현 지도부가 그 일을 해낼 역량이 없고 또 신뢰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집행력을 가질 수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고, 비대위원 출신 이준석 위원장은 박 대통령보다 당이 우선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들을 찾아 "고생들 하신다. 미안하다. 초선의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여러분들이 주신 말씀 잘 들었다"면서도 "자기 당의 당 대표 말은 불신하고 (현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야당의 뜻에 따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 정진석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질서있는 국정수습을 위한 긴급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야권의 '대통령 2선 후퇴' 주장 관련 통일된 입장을 요구했다. 당무 관련 현안은 언급을 자제했다./사진=미디어펜


한편 비박계 회동에 가담하지 않으면서도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한 후 최고위를 보이콧하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질서있는 국정수습을 위한 긴급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야권의 '대통령 2선 후퇴' 주장 관련 통일된 입장을 요구했다.

공개발언에서 정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국정 정상화를 원하는데 국회에서 명확하고 예측가능한 정치일정과 위기수습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야당의 주장을 종잡을 수 없다"면서 "이 시점에서 요구하는 게 대통령 하야인지, 탄핵절차 돌입인지, 여전히 거국중립내각에 관심이 있다는 건지 하루빨리 입장을 정해 여당에 정확히 알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로 공식 발언기회를 얻은 주호영 의원은 '국회에서 제시될 국정정상화 방안은 헌법정신에 맞아야 한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며 정 원내대표는 당무 관련 현안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겠다는 방침을 언급했다.

이 회의엔 원내지도부와 각 상임위원장·간사단 등 기존 참석자에 비박 김세연·주호영 의원과 친박 최교일 법률지원단장 등이 추가로 함께했고, 각각 비박과 친박으로 분류되는 권성동·정종섭 의원은 참석 예정이었으나 개인 일정으로 불발됐다.

한 계파에 치우치지 않도록 안배한 듯한 이 모임과 관련 정 원내대표는 "머리가 나쁜사람이라 지혜가 안 떠올라서 '질국수'(질서있는 국정수습) 모임을 하나 만든 것"이라고 농을 건네며 "작금의 국정위기 수습을 위해 법률과 정무적 지혜를 모으기 위해 원내대표 자문기구 형식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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