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최소한 시간 달라는데…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이래서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친박계 '이정현 지도부' 퇴진 운동을 전개해온 비박계가 15일 가칭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 12명을 확정하면서 현 지도부를 무시한 '별도 지도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비상시국위 준비위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가진 뒤 비상시국위를 이끌 대표자 1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단순히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인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것만을 넘어, 전날 이정현 지도부의 '대항마' 격인 별도 지도부 구성 계획을 세운 데 이어 한층 구체화한 것이다.

대표자 12인으로는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심재철 국회부의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정병국·나경원·주호영·강석호·김재경 등 중진 의원들과 남경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김문수 전 경기지사·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전현직 광역지자체장들이 이름을 올렸다.

비상시국위 준비위 간사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준비위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대선주자급과 시·도지사 중 동의하시는 분, 4선 이상 중진들에게 의견을 물어 대표자 12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비상시국위는 이달 18일 총회를 열고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엔 김세연·김재경·오신환·김성태·하태경·황영철·유의동·장제원·이학재·윤한홍·정양석·김현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내달 21일로 '사퇴 시한'을 정하고도 이같은 '지도부 추방' 움직임이 일자 이정현 대표는 비박계 주자들에게 울분을 토하며 강한 불쾌감을 표명했다. 국정 수습과 도정을 도외시하고 권력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남경필, 오세훈, 원희룡, 김문수 지사 등 소위 당에서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사람들 모두 당의 자산이고 훌륭한 사람들"이라면서도 "그런데 도정에 매달려도 부족한 시간인데 '이정현 사퇴하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당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을 보니, 다 합쳐도 9%도 안된다"며 "그 네 사람 지지율을 다 합쳐도 다른 당 세번쩨, 네번째 주자(박원순·이재명 시장 등)에도 못낀다"고 꼬집으며, 나아가 "주요 대선주자 10명 명단에도 못 올라 가는 사람이 있다"면서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이렇게 해서야 되겠나"라고 비꼬았다. 

그는 "지금 최소한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내가 무슨 욕심이 있나? 자꾸 꼼수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데 말을 함부로 하는거 아니다"라고 거듭 불쾌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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