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와 허상많은 저널리즘 퇴조, 대안언론, 오픈소스 3대 명제 씨름, 창조적 크리에이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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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
3월 대학 캠퍼스는 언제나 싱그럽다. 여드름 송송한 얼굴로 총총 뛰어다니는 새내기들은 멀찍이 봐도 그저 명경지수만 같고. 시리도록 투명해 보는 이가 무안해질 정도다. 95년생, 96년생. 해마다 더 어려지는 학생을 만나면서 교수로서는 공연히 마음 무거울 때도 있다. 점점 둔해지는 사람이 나날이 스마트해지고 있는 학습자를 이끈다는 자체가 살짝 당혹스럽기도 하다. 더 무뎌지기 전에 새 봄 새내기들에게 띄우는 편지 하나 적어본다.
세상을 쩌렁쩌렁 흔들고 바꿀 탐험가 입문한 것 환영
미디어를 전공할 새내기 여러분. 축하합니다. 요즘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디어 관련 학과에 입학했으니 정말 스스로도 자랑스러울 겁니다. 주위에서 칭찬과 격려를 하도 많이 받아서 지금은 좀 무덤덤해졌죠? 해서 달콤한 것 빼고 조금은 싸한 얘기를 해볼게요. 앞서 축하한다는 것도 이제 갓 도전 가득한 즐거운 여행을 인증 받은 탐험가로서 입문하였음을 환영하는 뜻입니다. 세상을 쩌렁쩌렁 흔들고 바꿀 탐험가로 나섰으니 크게 축하할 일 아닙니까. 이 찬란한 탐험을 잘 수행하기 위한 지침 몇 가지를 들어봐 주세요. 여러분들이 나아가야 할 미디어산업, 미디어현장 특성, 장단점, 동향, 전망에 관한 내용들입니다. 잘 하면 취업, 석·박사 학업과 같은 진로 설정을 위한 팁(tip)도 될 수 있겠지요.
종이신문 퇴조세 뚜렷, 미 유명 신문사 매각, 경영난 심화
무엇보다 첫째로 미디어를 똑바로 봐야 합니다. 미디어산업은 특히나 착시와 허상이 많은 편입니다. 언론이요? 저널리즘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하는 이 영역은 현재 상당히 취약해졌고 앞으로 더 많이 퇴조할 전망입니다. 작년 미국에서 신문기자가 최악의 직업으로 꼽혔다는 뉴스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미국 국보 뉴욕타임스도 급매물로 나온 적이 있고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특종 사건으로 명성이 자자한 워싱턴포스트가 쇼핑몰 아마존에 팔렸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최고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마저 순수 언론보다는 상업주의에 치중한 불편한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에게 넘어간 지가 벌써 6년이 지났고요. 뉴욕타임스는 NYTD라는 디지털 부문에서 비디오저널리즘을 도입해 경영위기를 극복했다지만 본체인 종이신문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깊은 문장보다 이미지, 영상으로 무게중심이 바뀌다 보니 정통 저널리즘도 뉴스쇼로 변질중입니다. 정보, 지식산업이냐 엔터테인민트냐를 따질 지경에 이른 셈이지요.
한국 기자정신 사라져, 언론도 스폰서 짜리시 전락 냉소도
우리나라를 볼까요? 기자 정신이나 지사로서 기자라는 표현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샐러리맨 기자라는 말도 나왔지요. 그저 월급 받는 일반 회사원처럼 조직에 순응하고 세류와 세파에 맞서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입니다. 조선 중앙 동아도 KBS MBC SBS도 탐사보도 르포르타주와 같은 허슬플레이(hustle play)는 마다하기 일쑤입니다. 그냥 보도자료, 홍보물 제공받고 쉽게 가는 기사가 날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이 정치권력과 유착을 끊었으나 이제는 광고주 기업들에 복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면모를 우리 언론이 종종 노출하다보니 스폰서 찌라시 같다는 냉소도 들립니다. 자, 이 부분입니다. 미디어학도로서 유념해야할 첫 명제는 미디어 거품과 허세가 잔뜩 끼인 참 모습을 직시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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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미디어관련 학과 새내기들은 허상과 착시가 많은 언론, 저널리즘에 대해 직시하고, 종이언론 경영난과 뉴미디어 대안언론의 부상 등 미디어벤처 부상의 흐름, 문도 담도 없이 완전경쟁에 노출된 미디어산업 등 3대 명제와 씨름해야 한다. 모든 콘텐츠를 아웃소싱하는 대안언론의 선구자 허핑턴포스트의 아리아나 허핑턴회장이 최근 방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인터넷 디지털 모바일의 대안미디어, 뉴미디어 주목을
그 다음 챙겨 봐야할 미디어 진면목은 벤처입니다.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는 대안 미디어가 나오고 진화 발전된 뉴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벤처 흐름을 주목해야 합니다. 미루어 짐작했겠지만 이 벤처는 컴퓨팅, 인터넷, 디지털, 모바일이 만든 미디어산업 새 얼굴입니다. 벌써 15년도 더 되었지요. 인터넷 대중화를 경험하면서 세계시민들은 3C, 즉 커머스, 콘텐츠, 커뮤니티를 핵심어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언론과 인접 엔터테인먼트로만 작동하던 올드 미디어가 커머스, 콘텐츠, 커뮤니티라는 새 전류를 들이 마시고 일대 천지개벽 요동을 치고 있지요.
기업들이 SNS로 직접 보도, 홍보 누드 커뮤니케이션 시대
예컨대 기업들이 SNS로 누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투명한 소통에 힘쓰는 경영사례라면 커뮤니티로서 미디어가 부각되는 겁니다. 기업 우호그룹이나 고객관계를 위해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기법이니까요. 콘텐츠도 됩니다. 기업이 직접 보도하고 홍보해가면서 콘텐츠 수신자들 영혼을 매혹시키고자 하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커머스는 기본이지요. 미디어 최대 스폰서인 광고주 기업들이 대리인인 기존 미디어를 젖히고 곧바로 이해관계자를 만나는 자체가 커머스 활동입니다. 카톡이나 라인하고 페이스북, 트위터하는 마이크로 블로깅이 매스 미디어를 밀치고 있습니다. 2번째 명제입니다. 계속 창출하며 젓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 미디어는 벤처입니다.
미디어산업, 문도 담도 없는 열린광장, 오픈소스
끝으로 세 번째가 있는데 좀 벅차고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오픈 소스라는 겁니다. 취업에서는 미디어산업이 유명 짜한 좁은 문인데 막상 들어가 보면 문도 담도 없이 사방팔방이 뚫린 열린 광장이라는 사실입니다. 미디어는 누구나 준비하면 다 들어가 할 수 있습니다. 경제 경영 쪽은 그쪽 전공자가 더 잘 할 수 있고 정치 정책도 그렇고 요즘 뜨는 인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문과든 공대생이든 고교 중퇴든 크리에이터 훈련을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디어 전문가가 됩니다.
본래 ‘매직 10’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10년, 1만 시간 정도를 준비한 이라면 크리에이터로 인정할 수 있다는 연구에서 나온 말입니다. 천재라도 만 10년은 밑바닥 고생을 해야 한다는데 미디어전공자라고 초고속 지름길이 있을 리 없죠. 기술이나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에 의존해야 하는 복합학으로서 미디어 전공이 지닌 숙명이기도 합니다. 오픈 소스라는 사실. 미디어는 항상 진입장벽이 없는 초무한 완전경쟁 산업이라는 명제입니다.
첫학기부터 미디어 각 영역 최고 수준 예술화를 지향해라
미디어 학도 새내기 여러분. 미디어 현실 직시와 벤처, 오픈소스(완전경쟁)라는 3개 명제에서 단단히 출발하길 바랍니다. 미래에는 아웃사이더들 공략이 더 심해질 겁니다. 그럼에도 미디어 전공에 장래를 걸어야 하는 모순 속에서 어떻게 공부해야할까요? 큰 방향을 보고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어 예술화라는 메가트렌드가 등대가 되어줄 겁니다. 이미 창조산업, 창조경제로 숙성중인 미디어산업 동향을 추적하면 알 수 있습니다. 아트워크나 영화의 미장센, 문학의 미학이 미디어 산업 방향타가 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전공자들은 바로 이 행로에서 자신만의 원천기술을 키워야 합니다. 미디어기획 예술화, 미디어제작 예술화, 미디어관계(고객, 대외 홍보 등) 예술화를 실행할 전문가로서 원천기술은 나중에 사회에서 느긋하게 구할 덕목이 아닙니다. 첫 학기부터 미디어 각 영역에서 최고 수준 예술화를 지향하는 노력을 꾀해보세요.
김훈, 아리아나 허핑턴, 이규태, 최우석을 롤모델로
기자 출신 소설가 김훈, 온라인 저널리즘 성공모델 허핑턴 포스트 창안자 아리아나 허핑턴, 조선일보에서 24년 동안 매일 6,702회 연재한 <이규태 코너>의 고 이규태 주필, 학사 기자로서 삼성그룹 싱크탱크 삼성경제연구소를 키운 최우석 전 소장 등이 좋은 역할 모델입니다. 미디어 예술화 선구자들입니다. 여러분 새내기들도 머잖아 미디어종사자가 될 날이 옵니다. 그 때 현실 직시, 벤처, 오픈소스라는 명제를 버리지 않고 미디어 직무의 창조적 예술화를 보여주는 멋진 크리에이터로 성장해나가길 응원합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