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정수석시절 '특검은 위헌' 논리·대통령 거부권행사 주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일명 최순실 특검법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단 상정되겠지만 통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야당만이 특검 추천권을 갖는 이번 법안에 대해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율사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의 "특검법안이 중립성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강한 반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검법은 지난 14일 여야 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국정조사 실시 요구안과 함께 17일 본회의에 상정·처리하는 데 합의, 여야 의원 209명의 공동발의로 법안 상정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법안의 본회의 상정에 앞서 '최종 문턱' 법사위 통과를 앞둔 16일 권성동 위원장은 특검법안 통과에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안을 상정해서 논의하겠지만, 특검 후보를 야당이 추천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며 "원칙의 문제로 나는 법사위에서 의결을 할 수 없으며 처리하려면 본회의에 특검 법안을 직권상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뒀다.

권 위원장은 "야당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특검을 주장하는 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일반 검찰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 아니냐"며 "특검에서도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독립성, 공정성 3개가 가장 중요하다. 근데 야당 추천 특검은 야당 편향적이고 정파적 이익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독립성, 공정성 확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즉 특검은 여당 특검이어도 야당 특검이어도 안 된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총 10번의 특검이 도입됐는데 5번은 대한변호사협회장, 4번은 대법원장, 1번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을 야당이 추천했는데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인사가 특검에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가운데)은 16일 이른바 야당이 특별검사를 임명토록 한 '최순실 특검법'에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며 강력 반대했다. 그는 역대 10회의 특검 중 지난 2012년 유일하게 야당 추천 특검이 임명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 법안 논의 당시에도 법사위 여당 간사로서 야당 추천이라는 조건에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사진=미디어펜


특히 "과거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특검을 할 때도 야당이었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추천 특검을 하자'고 했지만 의장이 새누리당 추천 인물이라는 이유로 불발됐다"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전 대표는 '특검 자체가 위헌'이라고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변협회장이 특검을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했고, 변협회장의 추천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이제 와 '야당 추천 특검에 정당성이 있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하는 건 궤변"이라며 특검 추천의 중립성 보장을 위해 여야 정당이나 정부도 아닌 제3기관이 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권 위원장은 '내곡동 사저 특검' 당시에도 같은 취지로 야당 추천 특검 임명에 반대한 바 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법사위 간사를 맡았던 지난 2012년 9월3일 브리핑에서 "2003년 이광재 전 의원 등 측근비리가 터졌을 당시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주자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출신인 국회의장이 특검을 추천하면 안 된다고 해서 추천권자를 대한변협회장으로 변경했다"며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을 비판했다. 

또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의원이 특검 자체가 위헌이라고 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주도했다"고 같은 취지 언급을 했다. 노 전 대통령 대선자금 관련 특검 논란이 뜨거웠던 2003년 11월을 전후 당시 언론 보도에서도 청와대측은 문 전 대표의 주도로 '국회의장의 특검 추천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법리 검토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같은 권 위원장의 반대 의견이 타전되자 더민주는 이날 이재정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추호라도 청와대를 비호할 생각마라"라며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안이다. 국민이 명령한 특검"이라며 "오늘 특검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고 논의되어 내일 본회의까지 차질없이 통과된 후 즉시 시행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야당은 이날 법사위 처리를 목표로 일단 여당 의원들을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오후 5시 현재 법사위는 특검법 처리 논란 끝 정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사위 통과가 끝내 불발된다면 야권은 17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합의하면 법안에 대한 심사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특검법안 처리에 이미 합의해줬기 때문에 직권상정에 동의할 여지는 있지만 특검 법안 처리가 다소 늦어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 일각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본 이후 특검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별로 늦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지난 14일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안에 따르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이 합의해 특별검사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특별검사보는 4명, 파견검사는 20명, 특별수사관은 40명으로 구성되며 수사기간은 최장 120일이다. 

특검 법안이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22일 국무회의를 거쳐 법이 공포·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시행되면 2주 이내에 특검이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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