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며 '별도 지도부'까지 꾸린 비박계 대권주자들은 16일 자신들을 향해 "합쳐도 지지율 9% 안되는 이들"이라고 직격한 이정현 대표에게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이 대표는 전날 사실상 '지도부 밀어내기용' 비박계 비상시국위원회 공동대표단 12인 선정 소식을 전해듣고 "명색이 시도지사가 바쁜 시기에 모여 '이정현 물러나라' 하는 게 맞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12인에 포함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전현직 시도지사 4명에게 "대권지지율 10% 넘기 전엔 어디 가서 대권 주자란 말도 꺼내지도 말고 어디가서 대선주자라고 새누리당 이름에 먹칠하지 마십쇼"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같은날 김문수 전 지사는 오후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참 부끄럽다. 제가 부족해서 할 말이 없다"며 "민주주의 정당에서 지지율이 낮다고 나오지 마라는 식의 발언은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지사도 "'대통령께서는 2선으로 후퇴하고, 이 대표는 빨리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서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로, 언어로 대응하고 있다"며 "박근혜교를 믿는 사이비 종교의 신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원색 비난했다.

그는 "(이 대표는)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 공당의 대표로서 한시라도 자격이 없다"면서 "이 대표 뒤에 숨어서 얼마남지 않은 권력을 유지하려고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는 흔히 얘기하는 친박 핵심세력도 당장 국민들 앞에 서 정계은퇴해야 한다"고 친박계를 싸잡아 겨냥했다.

원희룡 지사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순실 이런 의혹이 불거졌을 때 그것을 덮기 위해,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한 충성 돌격대로서 역할을 하시던 분"이라며 "오히려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에 막말을 퍼붓는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그 말솜씨를 대통령께 직언을 고하는데 쓰셨으면 지금 이 사태까지 왔겠나"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날 첫 비상시국위 대표단-실무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언급에 대해 "그 점에 대해선…"이라며 허탈한 듯한 웃음으로 받아 넘겼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대구시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저나 다른 분들께 거친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또다른 시국위 공동대표단인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유 의원에 대해선 "지난 2년간 힘들게 당을 이끌어와 문제점을 정확히 안다(김무성)", "공부가 많이 돼 있다(유승민)"며 비판을 삼간 바 있다.

한편 비박계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위 대표단-실무단 연석회의를 열고 회의체 운영 방안과 박 대통령 거취 등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주 1회 회의를 개최키로 하는 한편 박 대통령 거취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청와대는 약속대로 대통령 검찰 수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에 대해선 "이정현 지도체제는 이미 대표성을 상실했다"며 "참회와 반성 첫걸음은 지도부 사퇴로부터 시작된다"고 거듭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지율 9%' 발언에 대해 "큰 인물로서 정치인으로서 잘 좀 처신하고 행동해달라는 덕담으로 보면 되겠다"고 했다. 비박계의 사퇴론엔 여전히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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