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당내 절반, '문제있지만 처리' 의견…위원장으로서 결심"
특검법 본회의서 국정조사 요구서와 함께 처리 예정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법안 최종 문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7일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토록 한 일명 '최순실 특검법'을 논란 끝에 가결했다.

전날부터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법사위원들이 정치적 중립 위배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면서 의결이 지연돼 이날까지 처리가 불투명해보였지만 본회의로 가는 문턱을 넘었다. 

야권은 법사위 통과 불발을 대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고려했지만, 특검법은 통상 절차에 의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 중인 본회의에 부의돼 처리될 전망이다. 

권성동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 법을 오늘 법사위에서 통과시켜 본회의에 회부하는 게 우리 위원들의 뜻을 존중하는 길"이라며 축조심사(법안의 한 조항씩 낭독해 의결하는 방식)를 거쳐 가결시켰다. 특검법의 시급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청회를 생략키로 했다. 

권 위원장은 "우리 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여러 차례 찾아와 이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많은 분들이 직권상정을 통해 이 법안을 해결하자는 주장도 했다"면서 "우리 당의 반수 정도는 어찌됐든 문제가 있지만 이 법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키자는 의견이 있어서 제가 위원장으로서 결심했다"고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고심끝에 결정했다는 점을 피력했다.

전체회의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각각 대표발의한 특검법이 일괄상정됐지만, 둘 중 후자는 대안마련이 안 됐다는 이유로 축조심사를 거치지 못한 채 처리되지 않았다.

법사위는 이날 특검법을 처리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검법을 다룬 오전 법안심사 제1소위와 오후 전체회의에선 개의 20여분만에 정회되는 등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당의 반대 취지는 특검 추천권한을 야당 원내교섭단체인 더민주와 국민의당만 갖도록 한 조항에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후 전체회의 정회 후 권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물밑대화를 통해 특검법을 처리,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법안 발의·서명에 여야 원내지도부의 동의·참여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 209명이 서명한 우상호 원내대표 안의 정식 명칭은 우 원내대표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안은 '대통령은 원내교섭단체 중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이 합의하여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자 2명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처음부터 편파적인 특검은 결과 보기도 전부터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반대해왔던 여당 간사 김진태 의원은 "오늘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촛불에 밀려 원칙을 저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그러나 "하지만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 불면 다 꺼지게 돼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는 말도 함께 드린다"고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권 위원장도 오후 속개된 전체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하면서도 "(이것이)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하는 길인지 정말 고민하고, 우리가 국민이 부여한 헌법기관으로서 앞으로 (제대로) 역할해주길 바란다"고 야권에 당부했다. 

야권은 특검법의 법사위 통과가 불발될 경우 정세균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계획했지만 이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번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야당이 추천하며, 특검 1명과 검사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행정업무파견 40명 등 105명으로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진다.

수사 기간은 특검 준비기간 20일, 본 조사 70일 등 90일의 시간을 보장하며 대통령이 승인하는 경우 1회에 한해 30일 연장토록 돼있어 최대 120일이다.

수사 대상은 최순실 사태를 둘러싼 의혹 전반으로 14개 조항으로 직접 명시하고, 14개 수사 대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다루도록 돼있다. 또 특검 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의무화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요구서도 함께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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