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권력형 비리의 희생양인 대기업이 마치 그 정점에 있는 것으로 비춰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근혜 정부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 사건과 관련, 대기업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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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씨 딸 정유라 특혜지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대한승마협회, 한국마사회 등 9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대한승마협회 사무실로 승마협회 관련 자료가 옮겨지고 있다. / 연합뉴스 |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인 상황에서 대기업에 대한 옥죄기식 수사는 한국 경제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는 만큼, 검찰의 칼날이 사태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의 경우 스포츠단 관련자 등이 줄 소환된데 이어 18일 참고인 신분으로 장충기 사장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마치 이번 최순실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 역시 과거에도 정권이 대기업 위에 군림하며 압박을 되풀이하는 구태적 악순환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청년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이고, 한국 산업계의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은 지난해 270조원 이상으로 국가 예산의 70%와 맞먹는 규모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도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것은 비단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삼성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지분율이 0.59%에 불과했던 이 부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삼성으로서는 당국이나 권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각종 명분을 내세워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걷는 일은 정권마다 반복적으로 있어 왔다. 기업은 돈을 뜯기지만 그 대가로 이권이나 특혜를 챙기는 정경유착의 악습이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19개 그룹의 53개 기업이 참여해 두 재단에 774억원을 냈다. 그룹당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이 넘는 돈이 순식간에 걷혔다. 권력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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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대한승마협회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 연합뉴스 |
정권의 관심 사업에 기업 기부나 출연을 강제한 사례는 과거에도 수두룩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유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일해재단이 대표적이다. 이 재단은 3년간 대기업들로부터 598억 원을 걷었다.
그러나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에서 정권 실세가 재단 출연을 강제했다는 기업인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재단의 실제 목적이 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종 사업에 대기업 기부와 출연이 이어졌다.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774억 원 외에 청년희망펀드 880억 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 210억 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200억 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 100억 원 등을 내놨다.
특히 청년희망펀드는 박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선 뒤 기업과 재벌 총수들의 기부가 줄지었다.
또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인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 중 15곳에 대기업이 전담기업으로 참여해 투자금을 부담하면서 '할당' 논란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청와대 등 권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라는 점에서 이번 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재단 설립을 먼저 제안한 쪽이 안종범 전 수석이나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고, 청와대에 밉보이길 두려워한 기업들이 서둘러 기금을 끌어다 낸 모양새였다는 점에서 기업을 피해자로 보는 시각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기업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대기업을 더 심각한 위기에 빠트리고, 다른 기업들의 성장동력마저도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수사당국이 이번 사태의 본질에 충실해야한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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