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혼란 경제 덮쳐 내우외환…국가 이미지 훼손 글로벌기업 고스란히 떠 안아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대한민국이 열병을 앓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부문이 혼돈이다. 안보도 위기다. 북한 김정은은 남한의 불행이 북한의 행복인양 떠벌리고 있다. 연일 최순실 사태 관련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촛불집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선전 선동의 도구를 이용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관영매체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 비난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측의 혼란상을 과장 보도하며 김정은의 민생행보를 치켜세우고 있다. 내년 초 출범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대대적인 평화공세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혼돈상을 이용해 트럼프 행정부와 평화협정체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재개 등 본격적인 평화 총공세를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압박 정책을 전면 부정하면서 남남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한국 사회의 혼란을 증폭시킬 것이란 예상도 어렵지 않다. 대북압박 안보 프레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중대한 도전이자 안보위기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올스톱 상태다. 정치적 혼란은 경제로 파급되고 있다. 경제는 최악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중국과의 마찰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고,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예고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낀 새우격이다. G2(미국·중국) 리스크로 한국 경제가 '시계 제로'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내환은 더욱 심각하다. 국정마비가 경제로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모든 경제정책은 식물상태다.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로 내년 정책은 멈춰섰다. 예산·조세·법안·인사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과 4대 구조개혁은 언감생심이다.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최순실 사태의 피해자인 대기업들은 미르·K스포츠 대재 출연금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재계로 향한 화살에 온갖 근거 없는 의혹까지 가세했다. 오너들의 줄소환으로 대기업 경영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최순실 사태의 피해자인 대기업들은 미르·K스포츠 대재 출연금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재계로 향한 화살에 온갖 근거 없는 의혹까지 가세했다. 오너들의 줄소환으로 대기업 경영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총수와 간부들의 소환과 연이은 압수수색으로 비상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재단출연금 이외에 최씨 모녀에게 직접 35억원을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보다 반기업정서를 노린 음해가 더 큰 문제다.

일각에서는 반삼성정서를 악용 교묘하게 삼성 관련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이다. 삼성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239억원을 출연했다는 설이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연금을 압박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도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한 것은 지난해 7월 17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을 만난 것은 그 뒤인 7월 24일이다. 앞뒤 안 맞는 얘기다.

한화 빅딜 관련 의혹도 어처구니없다. 2015년에 이뤄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삼성과 최순실 게이트를 연결시키는 시각이다. 당시 공정위 심사는 승인 과정에서 별다른 논란거리가 없던 사안이다. 한화는 신고 접수부터 두 달 반 걸린 심사기간을 최순실 게이트와 연결 짓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순실 리스크가 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반기업정서와 대외신인도는 물론 연말연초 인사와 경영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내달 예정된 임원 정기인사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고위 인사들이 미르재단에 대한 자금출연과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직접지원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개편과 인사가 애매해졌다.

판매 부진에 시달렸던 현대차그룹은 중국과 국내 영업 임원을 이미 교체했기 때문에 연말 인사의 부담은 덜었다. 하지만 차은택 씨가 현대차그룹의 광고 수주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강도 높은 검찰수사를 거친 롯데그룹은 대대적인 쇄신작업에 나서야 하는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 문제로 또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광고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차은택 씨의 지분강탈 시도와 관련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조사를 받았다. CJ도 이미경 전 부회장의 퇴진압박에 최순실씨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로 어수선하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사면 후에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룹 개혁과 사업재점검에 나섰는데 최순실 게이트로 조심스런 행보다. LG그룹이나 한진그룹 도 총수 조사로 경영계획에 변수가 많아졌다.

재계에서는 국내의 반기업정서 확산 못지않게 외국 언론도 최순실 사태를 전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내용이 많음을 우려하고 있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측면 지원 전략에 현재로서 국내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음이다. 

미국 일부 보수 언론들도 예외가 아니며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는 '한국 정치스캔들' 특집 코너를 만들기까지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국가 이미지 훼손의 타격을 기업이 고스란히 떠 안는 모양새다.

기업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정치권력에 의한 피해까지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행히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뇌물죄 적용 여부는 결론나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수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정조사와 특검 등 줄줄이 총수 소환을 벼르고 있다.

21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8대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다른 날 박 대통령을 독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인 GS그룹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시계제로인 한국경제의 앞날이 캄캄하다. 국감과 특검이 앞뒤 없이 정치적 논리만 앞세워 경제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을 불러서는 안 된다.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기업출연금이 아니다. 정치권력이 그동안 기업들에게 '삥듣기'를 해온 정치권력의 부패가 문제다.

정경유착도 문제지만 작금의 사태는 정치권력이 불러온 관행이었다. 국회가 눈감아 온 탓이다. 이제라도 준조세 근절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정치의 눈치를 안보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부패한 책임을 벼랑 끝에 선 기업에 돌려선 안 된다. 정치적 이슈와 경제를 분리하는 것도 출구전략의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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