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검찰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한 경위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순실(60·구속기소)씨 국정 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중앙지검장)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 6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삼성그룹 경영진을 고발한 사건 수사에 나섰다.
특수본은 삼성그룹의 최씨 모녀 특혜 지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에 관련 수사를 맡겼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작년 5월26일 합병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산출된 1대 0.35의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 삼성은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의 일대 고비를 맞았다.
삼성그룹의 우호 지분은 '백기사' KCC의 5.96%를 포함해 19.95%로 합병안 통과를 위해 확보해야 할 최소한 지분으로 평가되는 47%의 절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그해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져 합병안은 가까스로 가결됐다. 당시 10%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검찰은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만 개최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특히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의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했음에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그 직전 국민연금은 SK C&C와 SK의 합병 안건을 판단이 곤란한 중대 안건으로 분류,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넘겼다. 여기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실제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연금 수사가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 의혹과 관련한 대가성 규명 차원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탄생으로 이어진 작년 합병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다.
따라서 만일 삼성 측의 '민원'이 청와대에 전달되고 다시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이 끼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도 승마협회 지원 프로그램 형식으로 최씨 측에 35억원의 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삼성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삼성은 훈련비 지원 외에 정유라씨를 위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문구업체 모나미의 해외 계열사가 5월 230만 유로를 들여 독일에 승마장을 샀는데, 삼성전자가 모나미를 앞세워 사들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를 20일 구속기소하면서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 의혹 부분 내용은 공소장에 넣지 않고 계속 수사 중이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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