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윤리위 제소만으로 입장전달 충분…대통령 스스로 결단"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의원 29명 등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21일 오후 당 사무처에 제출했다.

이날 당초 비상시국위 소속 의원들이 여의도 당사에서 공개적으로 징계안을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실무자 선에서 해결해 언론 노출은 피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징계 요구안은 당 윤리위에 이어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확정 가능하단 점에서 친박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처음부터 낮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퇴 요구를 계속 물리치고 있는 이정현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저희들이 (오후) 2시에 모여 논의를 했다. 의원들이 직접 들고가서 (징계안을) 내는 건 좀 피하고 싶은 장면이라는 의견을 모았다"며 "그래서 실무진을 통해 당 기획조정국에 징계 요구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손으로 대통령 징계 요구안을 작성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도 참담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박 대통령을 향해 "이제 진정으로 대한민국과 국민과 새누리당을 사랑했다는 걸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징계 요구안엔 비상시국위에 참여한 현역 의원 29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7명 등 총 36명이 동의했다고 황 의원은 전했다. 또 시국위 회의 등에 출석한 적이 있는 의원은 총 48명이지만 입장이 명확한 의원이 29명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 새누리당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 요구안 제출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다만 내일(22일) 탈당을 공식화할 예정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서명하지 않았으며, 강경파 이종배 의원 등도 징계 요구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자들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와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하여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였을 때' 징계할 수 있도록 한 윤리위 규정 제20조와,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로 기소된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된다'는 내용의 당규 제22조를 징계 요구의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현재까지 드러난 위법행위만으로도 징계는 불가피한 사안"이라며 "일반 국민, 일반 당원이라면 당연히 기소됐을 문제이나,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갖고 있어 기소를 못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내리더라도 현 친박 지도부가 이를 통과시킬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윤리위가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국민들의 준엄한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저희 입장은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해주셔서 당과 건강한 보수들이 새로운 울타리를 만드러내고 거기에서 새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시국위 일원이었던 남경필 지사와 김 의원 탈당에 관해선 "어제 만류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정치인 개인적 결단의 문제"라며, "어떻게 보면 당을 우리가 지켜내기 위해 더 힘들고 고단하고 긴 싸움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비박계의 대거 동조 탈당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시국위 운영을 '해당행위'이자 '패륜행위'라고 맹폭한 데 대해선 "국민 시각에서 누가 패륜한 사람으로 보이겠느냐"며 비박계의 단체행동을 "결국 시대정신이고, 역사적 요구이고, 국민들이 바라는 소명을 행하는 것"이라고 자평, 친박계의 '투항'을 종용했다.

한편 이날 징계 요구안 제출에 따라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조만간 윤리위를 소집해 박 대통령이 징계 가능여부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다. 탈당 권유를 받고 10일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즉시 제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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