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서 실데나필 성분 효능 입증…엄홍길 '히말라야' 촬영팀도 챙겨
朴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대비…작년 중남미 순방 '수행원 걱정' 재조명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청와대가 23일 지난해말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구입한 사유를 지난 5월 고산지대인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앞두고 '고산병'을 우려한 것이었다고 반박한 가운데, 비아그라의 고산병 치료 효능과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산병은 낮은 지대에서 고도가 높아 해발 2000~3000m 이상 고지대로 이동했을 때 산소 부족으로 인해 신체에 나타나는 두통, 구토, 권태, 위약감, 소변양 감소, 수면 장애, 호흡 곤란 등 급성반응이다. 심한 경우 고소폐부종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에 걸려 사망할 수도 있다.

두통이 발생할 경우 이뇨제인 다이아막스를 먹으면 몸속에 있는 노폐물을 배출해 진정 효과가 있으며, 의학계에서 실데나필 성분의 비아그라가 고지대에서 겪는 저산소증 억제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져있기도 하다.

지난 2005년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 학회지' 발표 내용에 따르면 4350m 높이에서 6일간 실데나필군 6명과 위약군 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실데나필이 폐동맥 혈압 증가와 혈액산소공급 저하로 인한 저산소증 억제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산악인들은 주로 비아그라류를 찾는데, 고산병 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 실화를 다룬 영화 '히말라야' 출연 배우들이 비아그라를 챙겨간 일화도 있다. 엄 대장은 등반에 나설 때마다 동료들에게 '텐트 입구를 3분의1씩 열어두고 자라'고 당부하는 등 산소 부족에 각별히 신경쓰는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이같은 처방약 없이 고산병에 한번 걸릴 경우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해 청와대에서 고산지대 국가 순방을 앞두고 준비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와대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바아그라, 팔팔정까지 사들였다는 보도에 대해 23일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이전 '고산병 치료제'로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데나필 성분의 비아그라는 실제로 고산지대서 겪기 쉬운 '고산병' 증세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의학계에 알려져있다./청와대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순방을 함께 간 분들은 알지 않느냐.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이기도 하지만 고산병 치료제이기도 하다"며 "아프리카 순방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써 그대로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아프리카 3개국의 수도를 각각 방문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440m, 케냐 수도 나이로비는 1660m, 우간다 수도 캄팔라는 1190m 높이다. 보통 대통령 해외순방에는 200명 이상 수행원이 함께 한다.

3개국 수도 중 아디스아바바만큼은 해발 2000m를 넘어가므로 박 대통령 1인 뿐만이 아니라, 수행원 모두가 복용을 한다는 가정 하에 넉넉히 구입해뒀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남미 4개국(콜롬비아·페루·칠레·브라질) 순방 과정에서 컨디션 난조를 겪었으며, 수행원들이 고산병을 앓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다는 일화도 있다.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 기간에 고열과 복통에 시달려 주사와 링거를 맞으며 일정을 소화했다"며 "박 대통령께서 몸이 안 좋으신 가운데 고생을 하는데 국내사정이 여기와 달라 (서울에 도착하면) 또 고생할 것 같아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4월18일 순방 첫 국가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수행원들이 고산병에 고생하고 계신데 저는 고산병이 없어서 다행"이라면서도 "(저는) 이렇게 목으로 오네요"라며 수행원들의 건강을 챙기기도 했다.

보고타는 해발 2640m에 달하는 고지대 도시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수행원들이 고산병을 앓았음을 직접 시사한다. 박 대통령 역시 간담회 인사말 도중 잔기침이 잦아 물을 자주 마시는 장면이 목격됐다.

한편 이날 앞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 구매 내역을 들어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를 60정(37만5000원), 같은 달 비아그라의 복제약인 한미약품의 팔팔정 50mg을 304개(45만6000원) 구매했다고 밝히면서 구매 사유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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