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연체율 25세 '최고'…'무이자' 위험상품 유혹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청춘(靑春)의 의미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라던데, 그 말이 딱이다 싶죠." 

26세 직장인 김 모씨는 요즘 '연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을을 전후로 결혼식 시즌이 지나가나 싶더니 이내 연말연시로 돈 들어갈 일이 다시 늘었기 때문이다. 아직 학자금 대출도 다 갚지 못한 형편이라 저축할 여유는커녕 매달이 빠듯하다. 과거엔 그저 흘려듣던 대부업체 광고도 이젠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 소득수준이 낮은 20대 청년층들의 금융 건전성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출 연체율은 높은데 상대적으로 신용도는 낮아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미디어펜


소득수준이 낮은 20대 청년층들의 금융 건전성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출 연체율은 높은데 상대적으로 신용도는 낮아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금융 경험이 취약한 청년층은 '30일 무이자 대출' 등 고위험상품의 유혹에 빠지기도 쉬워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돈 들어갈 일은 많은데 소득과 신용도가 모두 낮아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대출자 연령별 평균 부채금액 추이' 통계에는 이런 현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20대 평균 부채는 2203만원 수준이다. 절대규모가 크진 않지만 20대들의 평균 소득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는 높은 수준이다.

금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대들의 부채액은 3.8% 수준이다. 그러나 차주수를 기준으로 하면 비중은 12.5%까지 올라간다. 학자금이나 생활비 등 대부분 소액 대출을 하고 있긴 하지만 타 연령 대비 많은 숫자가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신용정보원이 분석‧발표한 '금융소비자 특성분석'을 봐도 대출 연체발생률은 20대에서 정점을 찍는다. 25세의 연체발생률은 2.3%로 전체 평균인 1.2% 보다 약 2배다.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연체율은 다시 내려가다가 65세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층과 노년층의 열악한 금융환경이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액으로 시작된 청년들의 채무가 '신용불량'으로 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학자금 등 소액으로 시작된 청년층 부채는 취업난, 대부업체 등의 공격적 영업,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악순환이 고착화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비은행 금융회사들은 사정이 어려운 청년층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광고문구로 '유혹'을 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판매되던 '30일 무이자 대출상품'이 대표적 사례다.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로선 '30일간 무이자'라는 조건이 혜택처럼 느껴지지만, 기간 내 변제에 실패할 경우 '금리폭탄'을 맞도록 상품이 설계된 경우가 많았다.

이 사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지며 공론화 됐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무이자 30일' 이벤트를 통해 48만 7000명이 1조 6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면서 "이 중에서 기간 내 변제에 실패한 46만 1000명은 고금리 이자를 지불했다"고 발표했다. 기간 내 변제에 실패한 경우 금리수준은 법정 최고금리인 연 27.9%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각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은 '30일 무이자'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청년층 금융소비자들이 피해 아닌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 후폭풍은 남아 있다. 김 씨는 "청년들이 사회생활 시작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경험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사회 전체에 대한 불만의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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