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철학없는 정치…모든건 국민뜻 따른다는 약속 어디갔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비박계 전직 의원 출신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이 23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새누리당 해체를 주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게 쏠린 비난 여론과, '선도탈당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결행의 여세를 몰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민·이성권·정문헌 전 의원 3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자 한다"며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영혼 없는 통치', '철학 없는 정치', '책임 없는 정치'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주된 가치로 내세워온 친박계와 달리, 이들은 "당의 강령 '국민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민본·민생 지향의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는 어디에다 버렸느냐"며 "'모든 정책의 입안과 실천은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약속은 또 어디로 갔느냐"고 여론 우선주의적 색채를 드러냈다.

이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몰랐다는 사실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국민의 한숨, 역사의 외침보다 패거리와 사익에 급급한 당의 모습이 부끄럽다"면서 이정현 대표의 '사퇴 불가' 고수에 "민심 떠난 공터에 정권의 깃발만 지키려는 당의 행태"라고 친박계를 거듭 비난했다.

또한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을 지키고자 야합하려는 비겁한 보수"라며 "이 순간까지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이미 존립의 근거도, 존재 이유도 잃어버렸다. 당의 해체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 길을 찾겠다. 구태를 갈아엎고 뼈저린 각오로 새로운 땅을 개척하겠다"며 "공정과 공평, 효율과 성장, 그리고 분배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개혁적 중도 보수로 가는 길을 찾아 떠난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김상민·정문헌·이성권 전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성명엔 정두언·정태근·김정권·정문헌·박준선·김동성·이성권·김상민 전 의원 총 8명의 현직 원외당협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사진=미디어펜


이날 이같은 내용의 성명엔 정두언·정태근·김정권·정문헌·박준선·김동성·이성권·김상민 전 의원 8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탈당과 함께 당협위원장직도 내려놓게 됐다. 김용태 의원이 회견을 주선했다. 

이성권 전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해 "새누리당은 생명을 다한 정당"이라며 "어제 첫 출발한 남 지사, 김 의원과 함께 탈당한 전직 의원을 비롯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 출발을 정당의 형태로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8명이 동반 탈당을 결심한 시기에 대해선 "남 지사와 김 의원이 탈당한다는 얘기 듣고 그렇게 서로 의견교환을 통해 서로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비교적 최근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당내 친박-비박 중진들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모으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그것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정문헌 전 의원이 말했고, "어떤 화장과 조명빨을 받든 저희가 보기에 당은 민심의 고속도로에서 역주행 페달을 밟는 것밖에 안 된다"고 이 전 의원이 비판했다.

김상민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중요하게 책임져야할 분들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비대위를 구성하면 국민들은 다 야합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얼굴로 보수를 속이고 대한민국을 속인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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