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미용비 2000억' 발언 정정에 "헛발질 속출" 원내 논평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와 여권을 향해 연일 원색 비난을 퍼붓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날 광주 발언을 겨냥 "모골이 송연했다. 어떻게 정당의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군중들 앞에서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히다"고 탄식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추 대표가 광주에 가서 했던 연설에 참 아름답지 못한 내용도, 아름다운 내용도 있어 코멘트를 하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포문을 열었다.

추 대표는 전날 '광주시당·전남도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공동 출정식 인사말에서 "우리는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구걸하는 게 아니다.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구걸 발언'을 '아름다운 말'이라고 지목하고 "참 과연 야당 대표가 우리 당 의원들에게 할 수 있는 얘긴지"라며 "대통령 탄핵에 대해 야당에 따라라, 우리 하수인이 돼달라는 얘기 아니겠나"라고 발끈했다.

또한 "한마디로 말해 배신자가 돼 달라, 변절자가 돼 달라, 성경에 나오는 예수를 팔아먹는 유다가 돼달라,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달라는 얘기냐"라며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야당 대표가 정말 보수세력을, 집권여당을 어떻게 보고 감히 이렇게 얘기하는지 가슴아프다"고 질타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앞서 추 대표는 또 박 대통령을 향해 "'어디 (탄핵)할테면 해보라'며 국민을 상대로 조롱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장기 공성전에 들어가게 하다간 박원순 서울시장이 살수차의 물을 끊는 게 아니라 청와대 식수를 끊겠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식수 발언'에 대해 "아름답지 못한 얘기"라며 "정치 보복 선언이냐. 우리가 집권하고 나면 얼마나 피비린내나는 정치보복이 이 땅에서 이뤄질 것인지 미리 예고하는 것이냐"라며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적도 치료해주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인데 야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을 물도 공급하지 말고 말려죽이겠다 그 말이냐"고 힐난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힘들고 어려우면 대안이라도 제시해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줘야 할 야당 대표가 군중들 앞에서 서울시장이 청와대 식수를 끊을 지 모른다는 얘기를 했는데 정말 무서운 정치보복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추 대표는 또 기가 막힌 얘기를 했다.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그리고 새누리당을 향해 '부역자'라는 단어를 썼다"며 "그 많은 단어 중 정치적인 파트너였고 엊그제까지 당대표를 지낸 분을 향해, 또 그 당 사람들을 향해 야당 대표가 '국가 반역에 동조한 사람들'로 규정한다는 것"이라면서 "이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추 대표식 '색깔론'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부역자'의 뜻풀이는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이라고 돼 있다.  다만 추 대표가 수차례 여권을 '최순실 부역자'로 지칭해온 만큼, 부역자 언급은 "사사로이 서로의 일을 도와주다"라는 의미의 '부역하다'에서 파생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23일) 광주에서 '광주시당·전남도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공동 출정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추미애 의원 공식사이트


이 대표는 추 대표의 '역린'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주도 전력과 이번 하야·탄핵 운동을 함께 거론하며 "헌정사에 남을 두 번의 탄핵을 주도하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데 흥분하고 그걸 정말 큰 긍지와 자부를 갖고 하는 말씀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공당의 대표라고 한다면 상대 당에 대한 표현에는 많이 단어를 골라서 썼으면 좋겠다. 본인이 법률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추 대표가 전날 박 대통령이 집권 중 미용을 위해서 '2000억원' 이상을 썼다는 실언(失言)을 했다가 당 차원에서 비용을 '2000만원'으로 정정한 사실도 꼬집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이 미용에 2000억원 이상 쓴다고 발언했다가 2000만원으로 정정했다"며 "집권 호기를 만났다는 생각에 헛발질이 속출하고 있다. 잔머리를 굴려봐야 국민 손바닥 안"이라고 질타했다.

이른바 '헛발질'에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전날 숙명여대에서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을 두고 "국가적으로 위기지만 어찌 보면 하늘이 우리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준다는 생각"이라고 발언한 것, 우상호 원내대표가 앞서 당에서 거부했던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여부를 이날 "논의해보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 포함됐다.

민 원내대변인은 "더민주는 '잔머리 정치' 그만하시라. 국정은 위기인데 야당은 호기라고 반색하고 있다"며 "벼락치기 집권에 들뜬 더민주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눈빛이 무섭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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