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과 같은 엄격한 정경분리가 해법…민심에 따라 사람 하나 매장하기 쉬운 국민적 이벤트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최순실 게이트가 특이점을 지나고 있다. 증거 증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검찰 판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많아도 너무 많은 의혹이 문제다. 별의별 사안 모두를 최순실로 몰고 갔다. 최순실에 좌지우지되는 허수아비라는 프레임에서 대통령이 주범이라는 탄핵론으로 번졌다. 야권과 언론이 앞장섰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평범한 의료 내역까지 만천하에 알려졌다.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으나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다.

26일 토요일 시위 5주차, 5~10만 인파로 추정되는 시위대는 경복궁 옆 청와대 앞길과 광화문 사거리를 오가며 자기들만의 축제를 즐겼다. 추위 가운데 SNS 인증샷을 올리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2002년 붉은악마와 2008년 광우병 시위대가 오버랩 됐다. 절대 꺼지지 않는 LED 촛불까지 등장했다.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통진당 RO 이석기를 석방시키라는 요구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집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건 참가자가 아니라 노점상이었다. 이날 130만이 운집했다는 언론 보도는 허언이었다. 시청 앞 서울광장은 내내 텅 비어있었고 광화문 사거리 앞도 군데군데 여유로웠다. 박 대통령의 퇴진-자진 하야를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의 동력은 꺼졌다. 

모두가 이런 모습을 원하는지 반문한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국민이다.

검찰은 정확한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민심에 부응하여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 송성각을 기소했다. 어느 정권에나 존재했던 준조세 형태의 기금 모금에 대해 내로남불 이중 잣대를 적용한 결과다. 적법절차 원칙은 갖다버렸다. 사실상 자백강요로 점철되었다. 기소된 피의자 대부분의 혐의가 XX 미수다.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광화문 시위의 표어는 하나였다. 하야하라. 하나를 더 꼽자면 ‘사형시켜라’였다. 대통령 얼굴 모형을 본 딴 효수 코스프레와 단두대는 애교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는 19금 욕설과 능지처참하라는 욕지기가 흘러나왔다.

이 나라는 증거도 애매모호한 피고(아직 검찰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됐을 뿐)에게 사형을 요구하는 나라다. 최순실(?) 같은 자에게 의견을 물은 박 대통령은 유죄이며, 이러한 죄에는 극형을 언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우리 모두가 나설 때다. 푸른 하늘 아래 시내에 끌고 다닌 다음 기둥에 화형 시키자. 모두 한 번 씩 찌르고 목을 매달아 만세 삼창하자.

   
▲ 26일 토요일 시위 5주차, 5~10만 인파로 추정되는 시위대는 경복궁 옆 청와대 앞길과 광화문 사거리를 오가며 자기들만의 축제를 즐겼다. 이날 130만이 운집했다는 언론 보도는 허언이었다. 시청 앞 서울광장을 비롯한 시내 곳곳은 텅 비어있었다./사진=경찰청 제공


진짜 악마는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을 때의 민심

민심이라면 뭐든 옳다는 이에게 고한다. 재판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면 사법은 끝이다.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실현되는 대의민주제다. 오천만 국민이 매 사안마다 투표할 수 없기에 대리자를 앞세우는 제도다. 삼권분립 중 입법기관과 행정부 수장은 국민이 민주주의를 통해 대리자를 뽑지만 나머지 삼권 중 한 축인 사법부는 이와 엄연히 다르다.

검찰과 재판부를 포함해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앉아있을까. 민심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그렇게 격식 차린 건물과 권위 붙은 절차 모두 필요 없다. 잘난 듯이 기대고 앉아있는 법관과 검사 또한 마찬가지다.

판결을 내리는 건 국민 설문조사나 지지율 따위가 아니다. 기소하는 검찰에서부터 이를 판단하는 재판부,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를 심판하게 될 헌법재판소 등 사법의 정점에 선 지식인 소수가 맡는다.

진짜 악마는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을 때의 민심이다. 자신을 선한 사람으로 믿어 의심치 않지만 추레한 똥개가 하수구에 빠지면 일제히 모여 뭇매를 때리는 그런 민심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하수구에 빠진 똥개를 아무렇지도 않게 도우려 하는 바보도 있다. 자신의 신념만을 믿고 위험을 무릅쓰는 바보 말이다.

정경유착이 그토록 문제라면 김영란법과 같은 엄격한 정경분리가 해법이지만 여야 정치권-언론 어디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정치권의 기금 모금 자체를 금지시키는 요지로 최순실 법을 발의하자’는 움직임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기업의 피를 더 빨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안 제시는 전무하고 정치공학과 권력투쟁, 눈치전쟁이 난무한다. 하야든 탄핵이든 민심에 따라 사람 하나를 매장하자는 것이면 하면 된다. 어차피 최순실 게이트의 정체는 미워하는 자를 목매단다는 국민적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 26일 오후 광화문 광장. 추위 가운데 SNS 인증샷을 올리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2002년 붉은악마와 2008년 광우병 시위대가 오버랩 됐다. 절대 꺼지지 않는 LED 촛불까지 등장했다.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통진당 RO 이석기를 석방시키라는 요구도 빠지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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