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영남권 최대 전통시장이자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히는 대구 서문시장이 또 다시 화마에 휩싸였다. 30일 오전 2시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지구 4지구에서 발생한 불은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 내 839곳의 점포 대부분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반세기 남짓 동안 큰 불만 8번째다.
1976년 3월 문을 연 대구 서문시장 4지구는 한복, 침구류, 원단, 액세서리 점포 등 가연성이 높은 상점이 밀집해 피해를 키웠다. 불이 난 직후 스프링 쿨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상인들의 증언이 있는가 하면 119소방안전센터가 시장 옆에 있었지만 초동진화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문시장 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문시장은 한국전쟁 때인 1952년 12월에 난 화재로 인근 지역 420세대를 모두 태웠다.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60년 6월에 다시 큰 불이 일어나 1800개에 이르는 점포가 불에 타 사라지는 화마를 겪었다.
1년 후인 1961년에도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 200개의 점포를 태웠다. 1967년에 또 다시 큰 불이 났다. 20년 동안 서문시장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가 여섯 차례나 발생한 셈이었다. 그때마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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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서문시장 불. 30일 오전 2시 8분께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30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포함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최근에는 2005년 12월 서문시장 2지구에서 전기합선으로 불이 나 상가점포 1266개 중 947를 태워 6000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번 불까지 합치면 반세기 남짓동안 8번째 화재를 입은 것이다.
소방당국은 헬기와 소방차 97대와 인력 8700여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노화건물에 원단, 액세서리, 침구류 등이 내뿜는 매연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11년만의 악몽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상가연합회측은 서문시장 4지구 건물이 76억원짜리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보상범위가 건물에 한정돼 있어 상당수 상인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30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포함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화재 소식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 40명은 서문시장 4지구 남·북편 입구에서 간식거리와 점심을 준비했다.
서문시장 상인들도 자체 봉사단을 구성해 경찰과 소방에 음식을 제공했으며 DGB대구은행 직원, 라이온스 클럽, 중구 자원봉사센터도 현장 지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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