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1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퇴진 관련 전격 회동을 한 가운데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 내용이 포착된 가운데, 박 대통령이 형사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발견돼 의문을 낳고있다.

김무성 전 대표가 이날 추미애 대표가 먼저 제안해 성사된 여의도 켄싱턴호텔 회동 직후, 취재진에게 브리핑하던 중 들고 있던 메모지에 회동 내용을 추정할 만한 손글씨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메모는 가운뎃줄을 기준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윗 부분은 ▲탄핵합의 ▲총리추천 국정공백X ▲1月末, 헌재판결 ▲1月末사퇴 행상책임(형사X)이라고 적혔다. 12월 탄핵안을 가결하고 국정 공백 없이 내년 1월말 헌재 판결에 따라 사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아래 부분은 ▲大 퇴임 4月30日 ▲총리추천 내각구성 ▲大 2선 ▲6月30日대선’이라고 쓰여 있었다. 박 대통령이 사퇴시한을 4월말로 정하면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6월에 대선을 주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상단은 추 대표, 하단은 김 전 대표의 의견으로 해석되며 회동 후 각자 브리핑한 내용과도 대부분 일치한다.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이날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직후 브리핑 도중 들고 있던 메모지엔 양자 간 대화 내용을 추정할 만한 손글씨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사진=연합뉴스


추 대표와 김 전 대표가 각각 탄핵 추진을 접고 박 대통령의 사퇴 시한을 '1월말'과 '4월말'로 정하자고 논쟁했다가 불발된 것처럼 보도됐지만, 추 대표가 '즉각 탄핵소추를 하면 60여일 뒤 판결이 나와 1월말 박 대통령이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게 와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란은 추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전화통화, 당일 오후 야3당 대표회동 공개발언 등을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일부 가라앉은 모양새다.

다만 '행상책임(형사X)'라는 표기의 의미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행상책임은 '형사책임'의 오기로 보인다. 괄호 속 '형사X' 표기가 관건으로, 박 대통령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야권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관련 박 대통령이 적극 공모,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기정사실화해온 가운데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 대표의 주장을 담은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에서 발견된 셈이다.

이에 대해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오후 의원총회에서 "(메모의) 윗부분은 추 대표 얘기인 것 같고, 아랫부분은 김 전 대표의 얘기인 것 같은데 여기에 '형사X'라고 돼 있다. 저는 이 내용에 대해 사실을 모르고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추 대표의 주장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번 회동에서 형사책임 면제를 퇴진 조건으로 거론한 측이 밝혀질 경우 '즉각적 하야·탄핵' 여론에 의해 개인의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가 들고 있던 메모의 다른 면에선 ▲적합하지 않다 ▲헌정수호가 어렵다 ▲심리지연 ▲탄핵심판법(부정확) ▲공소장 간결하면 60일 등이 적힌 것이 카메라에 잡혔다.

탄핵안 가결을 상정한 국정공백과 헌정 혼란, 탄핵 사유를 간결히 하지 않고 야권의 의견대로 '세월호 7시간' 등 광범위한 사안으로 적시했을 경우의 헌재의 심리 지연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의 견해와 대부분 일치한다.

한편 최순실 사태 이후 박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를 주도해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성명을 내고 "국민은 4월까지 기다릴 이유도 여유도 없다"며 "4월 퇴진은 범죄자 박근혜가 자신의 혐의를 세탁하는 시간일 뿐이다. 여야 당쟁으로 국정혼란은 더 가속화되고, 불법 통치가 계속되는 재앙의 시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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