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예산 중앙재정 지원·소득세인상 양보…여소야대로 협상력 한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여야 원내교섭단체 3당과 정부는 2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8600억원 부담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 법인세율은 현행 유지키로 새해 예산안 협상에 타결했다.

김광림 새누리당·윤호중 더불어민주당·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매년 12월2일)인 이날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에 대해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이같이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3당 정책위의장과 함께 정진석 새누리당·우상호 더민주·박지원 원내대표도 서명해 원내협상 타결을 공식화했다. 이날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 등 이유로 당초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오후 8시 열리게 됐다. 정부가 큰 틀에서 합의된 예산안 세부항목 재편에 물리적 시간을 지나치게 소요하지 않는 한 법정시한을 준수할 전망이다.

   
▲ 국회 본회의장./사진=미디어펜


합의사항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기존 활용해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그리고 중앙정부 일반회계로부터 전입을 받는 3년 한시의 특별회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되는 누리과정 어린이집 지원예산 중 8600억원을 특별회계 전입금으로 지출하기로 했다. 예산 전액을 각 지방교육청이 지방재정교부금을 활용해 편성하던 기존 방식에서 중앙정부가 일반회계를 통해 절반 정도 부담하는 것으로 한발 양보한 셈이다.

여야는 야당이 소득재분배를 명분으로 인상을 주장해 온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중 법인세율은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라는 세계적 추세와 기업활동 위축, 세부담의 비용 전가 등을 야기한다는 근거로 인상을 '결사 반대'해왔다.

그러나 소득세에 대해선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올리기로 해 고소득자를 겨냥한 증세가 관철됐다. 이같은 합의는 여권의 입장도 일부 존중하면서  '부자증세'를 관철시키려는 야당 입장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세율 인상과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직접지원 자체를 완강히 반대하던 여권에서 양보한 면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4·13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 의석과 국회의장직을 야권에 모두 내준 여파로 협상력 발휘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협상이 불발됐을 경우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한 법인세·소득세 인상법안 등 21건이 본회의에 직권상정, 원안 통과될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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