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지원 호(號)'가 이끌어온 국민의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날짜(9일)를 나흘 남긴 5일 '김동철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당장 탄핵 완수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내년 1월15일로 예정된 정식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관리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4선 의원인 김동철(광주 광산구갑)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맡게 됐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위에서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의 후임으로 추인된 뒤 인사말을 통해 "당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당면한 과제인 박 대통령 탄핵을 기필코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언급한 3차 대국민 담화를 두고 '여야간 퇴진일정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견해로 이견을 노출한 데 대해선 "개인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소신도 이야기했었지만 앞으로는 당의 명령과 당론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당을 이끌어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탄핵은 발의가 아니라 가결이 목표"라며 '2일 탄핵론'에 제동을 건 전력이 있어 야권 일각에서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난마저 나오는 등 여론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사실상 이번 탄핵안 가결에 당의 명운이 걸린 만큼 김 위원장이 협상론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내년 1월15일로 예정된 전대를 차질없이 치러내겠다. 전대준비위의 원만한 기능을 위해서도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부패하고 무능해서 민주주의·민생·경제·남북관계를 모두 거덜낸 새누리당과 계파 패권주의에 매몰돼 만년야당에 안주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두 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트리기 위해 창당됐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온건하고 합리적 개혁세력의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미약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박지원 위원장이 가진 비범하고 출중한 능력이 없다. 대신 당 구성원이 모두 참여, 그 지혜를 총동원해 집단지성을 일궈내는데 힘을 보태 당을 이끌겠다"며 'We are smater than me'(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영어 표현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38석이라는 절대 소수 정당이며, 호남에 치우쳐져 있다"며 "무엇보다 원내와 원외의 화합, 호남과 비호남의 화합, 여성과 청년 등의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당부했다.

겸직해온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의 지도자라면 당의 흐름과 국민의 생각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며 "저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앙위에선 퇴임소감으로 "비대위원장을 물러나지만, 원내대표로서 우선 9일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국민을 지도자로 모시고 촛불의 민심을 따라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승용 조배숙 권은희 의원도 비대위원직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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