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제자리·전세값 고공행진·증시 박스권... 투자처 찾지 못해

한국시장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진 탓일까.

펀드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펀드에서 자금을 뺀 개인투자자들은 이 돈을 단기 대기 자금으로 분류해 시장의 움직임을 여전히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소득 증가가 제자리인 반면 전세값은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리다 보니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시장의 매력도 현저히 떨어져 굳이 무리해 투자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인 투자자의 펀드 판매잔고는 105조9,968억원으로 전체 판매잔고 310조4,127억원의 34.15%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04년 말 33.7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적립식 펀드의 인기와 중국 경제성장에 따른 글로벌 경기호황에 힘입어 2007년 말 57.38%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08년 말 51.67%에서 지난 2012년 말 38.08%로 비중이 점점 줄었다.

   
▲ 코스피 지수가 7년째 제자리 걸음하자 투자자들이 지수가 2000선에만 도달하면 단기 고점으로 판단해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다/뉴시스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어디로 갔을까. 저금리 기조로 은행 예금으로 유입된 것은 아니고 일단 단기 대기성 자금인 MMF(머니마켓펀드)로 많이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의  '2월 국내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전체 펀드 순자산은 343조1,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8조8,000억원 증가했다.

펀드 유형별로는 MM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2월 말 현재 MMF 순자산은 78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원 증가했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초단기 금융상품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운용실적에 따른 이익을 돌려주기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을 때 주로 활용되는 단기자금 운용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MMF등 단기성 자금 운용처로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증시 침체에 저금리 상황에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7년째 제자리 걸음하자 투자자들이 지수가 2,000선에만 도달하면 단기 고점으로 판단해 환매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코스피가 2,000선에 가까워지면 펀드 자금 순유출이 급격하게 늘어나 지수가 박스권에서 맴도는 현상이 포착되곤 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지수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 있어야 투자자들이 펀드시장에 계속 남아 있는데, 그런 전망이 보이지 않자 습관적으로 돈을 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자여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전세값은 오르고 가처분소득은 하락하는 상황에서 펀드에 투자할 여윳돈이 없다는 것이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소득 중 소비나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다.

전문가들은 펀드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달부터 소득공제 장기펀드가 출시되고 펀드 슈퍼마켓도 출범하지는 그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소장펀드의 경우 납입금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지만 연 소득 5,000만원 이하라는 가입조건 때문에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공제 장기펀드보다 가입 대상자 범위가 넓고 혜택도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유인책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펀드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