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꽁꽁 얼어붙은 제조업…산업경쟁력 악화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와 불확실성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은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면서 곳곳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부와 기업은 내년을 준비하는 작업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은 난관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정치에 갇힌 경제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펜은 정국 혼란기에 우리 경제계의 현실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직격탄 날린 최순실 게이트, 경제는 아프다
②꽁꽁 얼어붙은 제조업…산업경쟁력 악화
2017년 한국경제 어디로 가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대내외 악재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2년 연속 2%대의 저성장 늪에 빠져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에 시달려온 한국경제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초대형 암초까지 만나 난파 위기에 몰렸다. 

여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확산과 통상압력이 가중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탄핵정국이 본격화되면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돼 실물경기는 지금보다 더 둔화될 것이란 잿빛 전망이 나온다.

   
▲ 한국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대내외 악재에 살얼음판을 딛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2년 연속 2%대의 저성장 늪에 빠져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에 시달려온 한국경제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초대형 암초까지 만나 난파 위기에 몰렸다./연합뉴스


흔들리는 제조업에 ‘제2의 외환위기’ 경고음

경제 전문가들은 위태로운 실물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외환보유액과 낮은 단기부채비율 등을 근거로 “경제 펀더멘털(기초)이 외환위기 때보다 ‘튼튼하다’”고 부인하지만, 낙관론을 펴기엔 현재 돌아가는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

주요경제지표가 이를 잘 뒷받침한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포함한 GDP 대비 투자비중, 제조업가동률, 청년실업률 등 실물부문이 1997년 외환위기 때 보다 한참을 후퇴한 상태다.

외환위기에 버금갈 만큼 한국경제를 수렁 속으로 밀어낸 요인 중 하나는 제조업의 위기다. 내수보다 수출비중이 큰 국내 산업구조상 제조업은 한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조선‧해운‧철강‧자동차 등 국내 주력 제조업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위기가 침체하면서 제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 제조업 평균가동률 추이./통계청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올 10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을 70.3%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았던 지난 8월(70.2%)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제조공장 10곳 중 3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10월 통계 기준으로만 봤을 땐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69.8%)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조업 실적도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매출액은 2010년 19.7%에서 2011년 13.5%로 껑충 주저앉았다. 2012년 4.2%에서 2013년 0.5%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매출액은 급기야 2014년(–1.6%)과 2015년(-2.9%)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이미 제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린 지역에선 구조조정의 여파로 인한 고용감소와 소비위축이 뚜렷하다. 조선 산업의 메카인 울산의 경우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8월 기준 35.4%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8월 35.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도 꽁꽁 얼어붙어 백화점(-4.9%), 대형마트(-1.0%), 전문소매점(-0.1%) 소매판매 등에서 줄줄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 대내외적 조건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켜 내년 경제전망 역시 부정적인 만큼 경제 컨트롤타워 재건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미디어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심화…컨트롤타워 재건 시급

전문가들은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제조업 위기에 대해 “부실한 기업의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문제를 키워왔다”고 입을 모은다. 대내외적 조건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켜 내년 경제전망 역시 부정적인 만큼 경제 컨트롤타워 재건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의 위기가 지금 당장 불거진 것이 아니다. 2010년과 2011년 과잉 투자한 기업들에게 매출액 증가율과 가동률이 급락하면서 부실이 쌓여 구조조정 위기를 맞게 됐지만 선제적인 대응시기를 놓쳤다”면서 “그 대표적인 업종이 조선과 해운산업이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내년 하반기까지 우리경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면서 “경제문제는 능력 있는 부총리를 선임해서 전권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한 고위공무원들이 구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동하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 한시적인 면책권을 부여함으로써 경제위기에 대해 초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