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당 공백 메꿀 案나오면 12월21일보다 일찍 사퇴" 변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정족수 200명(재적의원 3분의 2)을 크게 상회하는 234명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새누리당이 절반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에 찬성하지 않은 총 66명(반대 56·무효 7·기권 2)과 표결에 불참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등을 포함하면 현재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이탈표가 발생한 셈이다.

이날 결과는 야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2명 그리고 약 35~40명 정도로 추정되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무난하게 찬성표를 던진데다, 20명 안팎의 중립 또는 친박 성향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추정된다. 야권에서 일부라도 이탈표가 있었다고 한다면 여권의 이탈표가 더욱 많을 수도 있다.

그동안 탄핵에 부정적이었던 친박계 또는 중립성향 의원들까지 90여명이 주류를 형성했으나, 탄핵안에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위헌'이 그대로 포함되고도 이날 최소 62명 이상이 탄핵 찬성표를 던지면서 당내 헤게모니에 큰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표결 전까지 의원총회에서 탄핵 찬반을 놓고 비박계와 "네가 나가라"라며 격렬하게 대립했던 친박계는 소위 '폐족'으로 전락하고 당권을 비박에 내주거나, 비박이 세(勢)를 몰아 대규모 탈당하면서 신흥 보수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두 가지 방향이 거론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탄핵안 가결 후에도 새누리당은 의총을 열었으나 논의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 탄핵이) 저희 당이 공고하게 화합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유일의 보수정당으로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기존의 '보수 결사'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비박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탄핵 가결에 대해 "대통령을 잘못 모신 죄이다. 당을 해체하고 저희들이 거듭 태어나겠다"며 "무효와 기권까지 치면 실질적으로 (탄핵 찬성이) 70표를 넘었다고 봐야 한다"고 자평했다.

무효·기권표를 찬성표로 해석하며 본격적인 세몰이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당 해체'는 그동안 비박계에서 친박계를 일선에서 완전히 후퇴시키고 비박 주도의 자칭 '개혁적·합리적' 보수정당을 만들자는 취지로 언급돼왔다.

이같은 움직임에 친박 핵심 또는 강성파가 더욱 강한 결집력을 보이며 비박과 대치한다면 보수진영은 양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탄핵안 가결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선도탈당 명분도 살린 격으로, 김 전 대표 등 비박계의 '줄탈당'과 정계개편이라는 그동안의 관측이 현실화할 수 있다.

앞서 지난 6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MBC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기류로는 (탄핵안) 가결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새누리당 입장이 가장 어려운데 과연 계속해서 정당의 모습으로 갈 수 있겠나"라고 예견한 바 있다.

비박 탈당파와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이 세를 규합할 가능성에 대해선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씨가 스스로 대권을 도전하기 위해 처음 만든 정당"이라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고, 이달 31일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세력을 뭉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극적으로 새누리당이 분당사태는 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군'을 잃은 격인 이정현 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오늘 투표 결과는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12월21일 당대표직을 물러나겠다고 했던 상황에서 그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고 사실상 '자포자기' 심경을 드러냈다. 

다만 "우선은 당의 공백을 아주 아주 최소한만이라도 메꿀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바로 그만두겠다"고 했고, 정 원내대표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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