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계파 9·11일 각각 회동…"친박 나가라" vs "김무성·유승민 비토"
친박 혁통, 비박 시국委 대항마격…정갑윤 이인제 김관용 공동대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공조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허용한 친박계가 비박계 리더격인 김무성·유승민 의원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대규모 세(勢)결집에 나섰다. 

현역 의원만 51명이 참여하는 당내 모임 '혁신과통합연합'을 내일(13일) 출범시킬 계획이다. 분당보다는 당내 주도권, 나아가 보수진영 전체에서의 노선과 주도권 경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물론 원외에서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보수 노선이 뚜렷한 인사를 공동대표로 내세웠다. 김무성·유승민 의원은 '반(反)박근혜' 노선으로 여론에 부각돼온 인사들로서 대표적 '축출 대상'으로 지목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11일) 오후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는 의원 27명·원외당협위원장 26명 등이 총회를 열고 이정현 지도부 퇴진과 친박 핵심·강성파 탈당을 요구했다. 

비상시국위는 이날 회동 후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을 바르게 보필하지 못하고, 당을 특정인의 사당으로 만들고,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범죄의 방패막이가 됐던 이들은 스스로 당을 떠나야 한다"며 사실상 친박계 탈당을 요구했다. 

또 친박 지도부에 대해 "그동안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배를 방조·옹호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진실 규명과 단죄 노력을 끊임없이 방해해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고 규정하며 전원 즉각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분당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친박계도 핵심 인사인 서청원 최경환, 강성파 조원진 이장우 의원 등 41명이 심야에 여의도 모처에서 대규모 회동을 열어 '혁신과통합연합'(약칭 혁통)을 13일 오후 3시 공식 발족키로 했다. 이정현 대표는 불참했다.

이들은 김·유 의원과 결별을 선언했다. 비박계가 편승한 여론에 떠밀려 법리적 근거가 부족한 탄핵안 가결을 허용했지만 당내 주도권마저 내줄 이유는 없다는 인식 하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브리핑을 맡은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혁통의 공동대표는 정갑윤 전 부의장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지사로 정했다"며 "보수의 분열을 초래하고 (탄핵사태 와중) 당의 분파행위에 앞장서며 해당행위를 한 김무성·유승민 두 의원과는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 원내대변인은 "혁통은 대통령 탄핵사태로 조장된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당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대선을 앞둔 시점 비상대책위 구성 등 당과 제(諸)보수세력을 추스르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나가는 등 책임있는 보수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회동에서 친박계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를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대 계파는 앞서 탄핵안이 통과된 지난 9일 밤에도 강남 지역에서 각각 만찬 회동을 열어 세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박계는 당시 서청원 최경환 등 핵심 포함 의원 20여명이 참석한 만찬에서 현 지도부 사퇴 후에도 친박 주도의 비대위를 구성해 당권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김태호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 의원 30여 명도 당시 비슷한 시각 강남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열었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핵심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향후 대책논의보단 탄핵안 가결까지 힘써온 서로를 격려하던 자리였다는 후문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