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협의체 주장에 "제생각과 똑같아, 주도권 다툼보다 겸양"
朴대통령 탄핵안 의결에 "민심 따라…역사적 의사진행 맡았다" 자평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헌법 개정 의지를 선창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인 12일 "정치 일정이 불확실하지 않느냐"며 사실상 개헌 유보 입장을 보였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접견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능하면 제 임기 중 개헌이 됐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으면 20대 국회 중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방침은 지금도 같다. 날짜를 딱 정해놓고 100미터달리기 하듯 할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개헌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또 국민적인 공감과 제(諸)정파의 협의가 선행돼야한다"고 각종 개헌의 선결조건을 언급한 뒤 "200명 이상 의원들이 개헌을 해야한다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특위가 만들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특위에서 지혜롭게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국회 개헌특위로 공을 넘겼다.

그러면서 "개헌은 단순히 법률을 개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게가 있고 중장기적 목표를 갖고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선주자들이나 제정파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원론적인 언급을 덧붙였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국회 본청 의장 접견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탄핵 정국이 일단락된 만큼 '대선 전 개헌'을 구상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대선 전이냐 후냐 따질 가치가 있는 건 별로 아니다"며 "곧 개헌특위가 만들어질텐데 거기에서 순리대로 논의하면 된다"고 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서도 "어떤 경든 대통령 권한을 조정해야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어 그걸 부정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이어갔다.

정 의장은 이날 정치권 일각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면담 일정이 잡혔다는 소문이 돈 데 대해 "오늘은 아니다"며 "내일(13일)까진 안되지만 이후 신속하게 시간을 잡으려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권한대행과 국회의장이 만나면 무언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논의나 성과가 있어야 한다"며 "거기서 이런 저런 이견이 생기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야권이 주도권을 잡은 국회와 이견을 노출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 의장은 앞서 이날 여야정(국회-정부) 협의체 구성 주장에 대해 "저와 똑같은 생각"이라며 논의 주도권과 관련 "국회와 정부가 서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노력보단 오히려 겸양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 의장은 과거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 의장석을 점거하며 물리적 저지에 나섰고, 올해 박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의장으로서 직접 의사봉을 두드려 가결을 선포한 인물이다.

그는 "(2004년) 당시 저는 탄핵이 옳지않다고 생각했고 민심을 제대로 잘 받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다"면서 이번 박 대통령 탄핵엔 "지금은 민심이 정반대"라며 "어떻게 보면 역사적인 의사진행을 제가 담당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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