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내대표 뽑아달라…7일 공백기간 소임 다할것"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마땅한 책임을 지려 한다"며 '기습적인'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힌 뒤 "새 원내대표를 조속히 뽑아달라. 그때까지 제 소임을 다하겠다"고 당에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적 사건을 겪으며 마음 고생 했을 국민께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일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면담, 다음날 탄핵안 가결 등을 거론, "대통령 직무가 중지된 사건에 있어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똑같은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탄핵 표결 하루 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마주앉았다. 대통령은 (55분간 면담에서) 제게 억울함을 20분 이상 호소했다. 수척해진 대통령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도 "작은 정을 끊고 국가적 대의를 따랐지만 이 사태에 마땅한 책임을 지려 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친박 대 비박으로 완전히 양분(兩分)사태에 이른 당을 향해 "하루속히 책임있는 집권여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서로 자제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더 이상의 분란 자제를 촉구했다.

   
▲ 정진석 원내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마땅한 책임을 지려 한다"며 '기습적인'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왼쪽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오른쪽은 김광림 정책위의장./사진=미디어펜


김 정책위의장도 "오늘 정 원내대표가 사임하는 것과 함께 저도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국민과 당원에 실망을 드리게 된 현 정국 속에서 집권여당 원내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새누리당이 건강하고 역량 있는 정통보수정당으로 거듭나서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소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새 원내대표 선출 시까지 소임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즉각 사퇴는 아닌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 될 때까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즉각 공석(空席)이 된 건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번 결정에 이정현 대표와의 사전교감은 없었다고 했다.

다만 이날부터 사퇴한 것으로 간주하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 사퇴 시 당일로부터 1주일 내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이날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가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당에서 균형추 역할을, 그리고 중간지대에서 당을 이끄는 역할을 잘 수행해왔다"며 "지금으로서는 당을 대표하는 여러 역할을 해주고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어 원내지도부 사퇴가 실제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비상시국위 대항마 격으로 현직 의원만 50여명이 참여하는 '혁신 통합 보수연합' 회의체를 내일(13일) 발족키로 한 친박계로서도 원내지도부 사퇴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카드로 보인다.

차기 전당대회 일정은커녕 비상대책위원장 후보조차 정하지 못할 만큼 당 내홍이 심각한 가운데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해 새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난망하다.

당 지도부와 달리 원내지도부는 함부로 대체될 수도 없어, 앞서 두차례 사의를 표명하고도 재신임을 받은 정 원내대표가 세 번째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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