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였던 창조경제 사업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탄핵 정국을 야기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창조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탄핵 정국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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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입구 모습. / 연합뉴스 |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 동력'으로 불리는 전국 민관합동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산이 이달 초 국회 심의에서 큰 삭감 없이 통과돼 사업에 대해 큰 제동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국비 예산은 436억5000만원으로 당초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제출안보다 약 36억원만이 줄었지만 지난달부터 거론되던 대폭 삭감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 통과된 국비 지원액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118억원이 늘어나면서 내년도 센터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비는 지역별로 구성 비율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60%는 국비로, 나머지 40%는 지방비로 지원되고 있다. 시설 마련 등이 필요했던 초기에는 전담 대기업이 운영비 중 꽤 큰 몫을 맡았으나, 요즘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전담 대기업의 지원 대부분은 운영비가 아니라 사업비다.
내년에도 대부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란 시각이 보편적이지만, 문제는 광역자치단체별로 진행되는 내년도 센터 관련 지방비 예산안 심사에서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점이다.
편성되지 않았거나 심의 과정에서 깎인 지방비 예산에서 일부 삭감이 현실화될 공산이 있기 때문인데, 만약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지원비인 '지역혁신생태계 구축지원 사업' 예산이 삭감된다면 사실상 활동이 어려워지는 센터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6곳은 이미 지자체 집행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광역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삭감한 바 있다.
실제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정부가 운영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산은 절반이 삭감됐다. 인건비와 운영비 명목 등으로 센터가 편성·제출한 10억원의 내년도 예산이 절반인 5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매칭사업비인 국비 지원도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북창조경제센터 운영과 사업들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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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3월 26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 연합뉴스 |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내년 운영지원 예산 1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해당 예산은 애초부터 대폭 깎일 것이라는 예상이 컸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다른 시·도의회의 삭감 결정을 간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센터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다 이해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내년 추경예산에 반영하는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도 내년 운영 예산 15억원 가운데 7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입주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의 피해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일단 예산의 절반만 반영한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당초부터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던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은 운영 지원비 10억원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도의회는 그동안 다른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센터 예산에 대해 고심했지만, 창업인 지원과 지역 특산품 판매 등 지역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예산을 유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삭감 위기에 놓였던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도 관련 예산안 20억원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시의회는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 논란으로 타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이 곳곳에서 삭감되자 센터 예산에 대해서도 고심했다.
하지만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순기능에 대한 지역여론이 나쁘지 않고 시비가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것도 아닌 만큼 그대로 유지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관계자는 “시의회가 지방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돕자는 사업의 목적을 잘 살펴 예산 지원과 관련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센터 지원 예산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최순실 게이트‘ 의혹 사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자칫 의회로 튈 수 있다는 점을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