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은 소정(所定)근로에 대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미리 정한 임금이며 각종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개념이다. 또한 통상임금의 범위는 1임금산정기라는 개념을 본질적으로 내포하는 것이 오랜 노사간 관행이었다. 즉, 1임금산정기간을 넘어 일년에 한두번 지급되는 것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관행이 노사간에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1988년 제정된 통상임금산정지침(2009년 개정 고용노동부예규 제47호)에 노사 모두 동의하고, 이런 지침에 근거해 매년 임금협약을 맺을 때 임금상승률이나 임금의 구성, 새로운 수당의 신설 등을 논의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행과 일치하여 1990년대 초반 대법원은 수차례의 판결을 통해 1임금지급기를 넘어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법리를 확립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를 뒤집고 1임금산정기간을 넘어 일년에 한두차례 지급되는 수당도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는 1996년 의료보험조합 판결(94다19501)이 나오면서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노사간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작년 12월 대법원은 1임금지급기를 넘는 기간을 두고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작년 대법원 판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근로의 대가’로서의 임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법리와 현실 간의 괴리를 인정하고 노사 양측의 주장 일부를 반영하여 상여금 및 수당의 통상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즉, 1임금산정기를 초과하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라도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조건을 충족하면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였지만, 동시에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정기상여금이나 수당은 통상임금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올해 단체협약부터 불분명한 수당을 줄이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는 경영계와 임금의 하락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노동계의 대립이 우려된다.
임금할증 중복적용과 맞물리면서 임금경쟁력 하락 가능성 커져
또 다른 우려는 우리나라 산업의 임금경쟁력 하락이다. 우선, 단체협약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노동비용이 증가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연구 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한국경영자총협회나 한국노동연구원 및 일부 학계에서 모두 노동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업의 임금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에는 틀림없다.
한편, 더욱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 임금할증률과 할증구조의 문제로 인해 통상임금 증가의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판시가 연이어 나오면서, 이러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의 경우 그 ‘전부’에 대해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중첩’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각종 할증임금이 증가할 것이고, 여기에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중복될 경우에는 임금 증가폭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휴일근로와 연장근로에 대해 중복 임금할증을 지급해야 하는 간단한 예를 살펴보자. 예를 들어, 이미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후 추가로 이루어지는 8시간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우선 유급휴일 100%와 해당근로의 대가 100%가 지급된다. 또한 휴일근로 할증임금 50% 및 연장근로 할증임금 50%가 지급된다. 따라서 기본적인 1일당 통상임금의 300%가 지급되어야 한다. 만약 휴일근로가 야간에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면 야간수당 50%까지 추가되어 총 350%의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노동기준법에 의해 연장근로 또는 야간근로에 대해 25% 이상,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35% 이상의 할증이 발생한다. 부연하면, 휴일근로가 당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한 각각의 할증임금이 중복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휴일근로 할증임금(35%)만 지급하면 되고, 휴일근로가 야간근로에 해당할 경우에 대해서만 야간근로 할증임금(25%)이 중복 가산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주휴일 제도는 우리와 달리 유급주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근로의 대가(100%)까지 포함하더라도 160%의 할증만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할증임금의 중복적용으로 인해 통상임금 증가가 총 노동비용 증가에 미칠 영향이 증폭되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임금경쟁력은 일본에 비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경쟁력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사 간 지혜가 필요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는 단순히 통상임금을 올리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추가적인 노동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마치 작년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약간의 불만은 있지만 대체로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사실은 그 반대이다. 정말 우려되는 부작용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통상임금의 증가로 나타나고, 각종 할증임금의 중복적용으로 그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노사 모두 찾아내야 한다. 기업은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해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조도 근로자들을 독려하여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관행을 찾아내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생산성이라는 것은 단시간에 크게 증가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임금 증가폭을 고려하여 현행 임금할증률을 하향조정하는 결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임금과 생산성 간의 괴리를 내포한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개편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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