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야권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제기해온 '세월호 7시간' 논란을 주요 의제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 제3차 청문회가 핵심 의혹인 박 대통령의 당일 행보에 관한 의문은 어느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참사일인 2014년 4월16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주중대사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박 대통령이 당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거나 '90분간 머리손질을 하다가 중대본 도착이 늦었다' 등의 의혹을 반박할만한 진술을 내놓았다.
김장수 대사는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 수·발신 포함 총 7번의 유선전화 보고를 실시, 지시를 받거나 중앙재난대책본부 방문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진술에 따르면 김 당시 안보실장은 육군 중령인 보좌관의 "(박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 안 계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오전 10시경 관저와 집무실에 각 1부씩 상황파악 보고서를 보내도록 했다.
이후 10시15분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선내 객실을 철저히 수색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할 것' 등을 지시받았으며, 안보실 상황반장 등을 통해 지휘체계로 하달했다.
박 대통령은 10시30분 앞서 9시5분쯤 상황을 접하고 헬기 탑승을 위해 차량으로 이동 중이던 김석균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전국의 특공대를 모두 동원해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세월호는 완전히 전복된 상태였다.
11시4분쯤 안보실이 목포 해경으로부터 받은 보고를 바탕으로 김 실장은 11시23분쯤 유선보고를 통해 "미구조된 인원은 실종 또는 선체에 잔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오후 12시48분 '승객이 대부분 구조됐다'는 오보 이후 1시7분쯤 정무수석실에서 박 대통령에게 "370명이 구조되고 2명이 사망했다"는 보고가 올라갔으며, 김 실장은 이같은 보고가 사실인지 김 청장에게 물은 뒤 1시13분쯤 "190명을 추가 구조해 370여명을 구조했다"고 보고를 올렸다.
오후 2시11분쯤 박 대통령은 다시 김 실장에게 유선으로 "다시 한번 구조 진행상황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결국 구조 인원 오류를 확인한 김 실장은 2시50분쯤 전화를 걸어 "더블카운트가 있었다"며 오류사항을 보고했고, 2시57분쯤 박 대통령은 질책하는 전화와 함께 다시 구조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실장은 "모든 상황은 중대본과 해경청에서 발표 중이니 대통령께서 직접 중대본을 방문하시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박 대통령은 오후 3시경 중대본에 방문 지시를 내린 뒤 2시간15분이 지나 광화문 청사 중대본에 도착해 직접 지시를 내렸다.
이를 두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머리손질을 20분 했어도 빠르면 3시30분, 늦어도 50분 적어도 4시까진 도착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국가안보의 백척간두의 위기가 대통령 머리손질때문에 좌지우지될 수 있느냐고 실장이 쓴소리 한번 했느냐"고 추궁했다.
김 대사는 이에 "경호나 의전, 교통통제의 메카니즘은 잘 모른다"며 "대통령이 머리손질때문에 17시15분에 중대본을 가셨다고 생각하기가 싫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전속 미용사 정모씨는 당일 오후 3시22분~4시37분 청와대를 방문했으며 이 중 20분간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해줬다고 청와대는 해명한 상태다.
그는 "중대본에서 대통령에 보고할 수 있는 여건이 돼있었는지도 중요하다. 보고 준비도, 의전도 해야하고 모시는 절차도 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NSC 회의할 땐 통상적으로 외교, 통일, 안보, 국정원장, 군 조직실장 등 인원을 소집한다는 게 군대에서처럼 '몇시까지 오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가 북한의 핵실험 등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일정에 이뤄지는 사태와는 결이 다른 사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14년 5월 초~중순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서 나타난 입가의 피멍자국 등을 들어 야당 위원들이 대통령 재직 중 미용시술 의혹을 지속 제기했지만, 정작 '7시간 행보'와는 무관한 흐름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황기철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첨단 수상구조함인 통영함 투입을 지시했으나 '윗선'에서 저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김 대사는 "출동하지 말라는 지시는 일체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해군 투입과 같은 개략적인 사항은 대통령 보고사항에 해당되지만, 특정 선박 출동여부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동 지시도 철회도 해군참모총장의 소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통영함이 진수 과정에서부터 작전수행에 문제가 발생한 선박이어서 해군이 투입 불가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국조특위는 황 전 참모총장을 청문회 참고인으로 채택해 김 대사와 대질을 시키기로 했다.
한편 이같은 소명이 대부분 오전에 이뤄지면서, 위원들의 관심은 박 대통령의 재임 중 안면 필러시술 또는 미용주사 투여 여부 등으로 쏠렸다. 참사 당일 행보보다는 박 대통령이 '단 한번이라도' 해당 목적의 시술을 했는지에 대한 것으로 논점이 흘러갔다.
박 대통령이 공식 주치의로 확정되지 않은 의사들로부터 비공식 진료를 받았으며,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경호실에서 '보안손님'으로 분류돼 청와대를 왕래한 사실 등은 확인됐다.
비선의료진과 최씨 그리고 정부의 관계, 진료행위 등에 대한 추궁과 질타는 쏟아졌지만, 위원들은 2014년 5월경 박 대통령의 입가의 피멍이 든 사진을 놓고 집중 제기한 필러 시술 의혹이나 미용 목적 주사 시술 의혹 관련 이렇다할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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