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일찍이 JTBC가 입수 보도한 태블릿PC에 의문을 제기해온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야권의 행태는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지나지 않는다.
최순실의 최측근인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JTBC 태블릿PC 보도'와 관련, 이만희·이완영 의원이 각각 K스포츠재단 박헌영 전 과장과 정동춘 전 이사장에게 위증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17일과 19일 JTBC 모회사 중앙일보를 통해 타전됐다. 그러자 야권은 즉각 '친박-최순실 공모' 프레임을 짜고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두 친박 위원에 대한사퇴 압박을 가했다.
이만희 의원은 고영태씨의 예언(13일 월간중앙 인터뷰, 17일 중앙일보 보도)으로, 이완영 의원은 노승일씨의 폭로(19일 중앙일보)로 15일 4차 청문회에서 '고씨가 태블릿PC를 쓰는 모습을 봤고, 충전기를 사오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JTBC는 고씨 책상에서 태블릿을 절도했다'는 등의 위증을 박헌영씨에게 지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공교롭게도 이만희 의원은 13일 밤 연합뉴스TV 이모 기자·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고씨의 펜싱 선배인 정모씨가 찾아왔고, 이완영 의원은 정동춘씨와 4일과 8·9일 연락하거나 만났다. 모두 고씨 관계자들로, 두 의원은 박씨의 전언을 들었을 뿐 직접 연락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특히 이완영 의원은 4차 청문 당시 관련 질의를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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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희·이완영 의원 위증교사 의혹 규명을 위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 긴급 전체회의에 국민의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됐던 여야 의원 간 대질도 무산됐다./사진=미디어펜 |
두 의원은 2~4차 청문회에서 태블릿 소유자·입수경위 논란을 추궁해온 가운데 위증교사 논란의 타겟이 됐다. 같은 친박임에도 태블릿에 문제에 천착하지 않은 최교일 의원은 '희한하게도' 화를 면했다.
의혹은 제기됐지만 스모킹건은 없었다. 고씨는 사실 '배신자들과 한 새누리당 의원이 위증 스토리를 짤 것'으로 예견했을 뿐 특정 의원을 거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총력을 동원해 두 의원을 위증교사범으로 단정짓다시피하고 사보임을 종용했다.
반면 여당 비박계는 19일 즉각 김성태 위원장에게 진상 규명을 위한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위원 간 질의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오후 중 긴급 회의가 열렸지만 야권은 대거 불참하고 이만희·이완영 의원의 입을 한사코 틀어막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당사자의 일방적 해명을 위한 자리가 될 우려가 있다"며 전원 불참, 여야 위원 간 대질을 고의로 무산시켰다. 국민의당 위원들만이 참석해 강변했다.
국민의당 김경진·이용주 의원은 위증교사와 태블릿 소유자 논란을 "지엽 말단적인 것"이라며 해명을 위한 자리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입막음'을 정당화했다. 논란 당사자란 이유로 발언권이 박탈된 두 의원을 두고 "억울하든 억울하지 않든 진실하고 상관없이" 22일 5차 청문에 앞서 사보임시키라고 종용했다.
이에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야당이 진상규명에 오히려 소극적인 기괴한 상황이라고 꼬집었고, 장제원 의원은 적어도 야권측 대표자가 와서 공식입장으로서 표명했어야 하며 증·참고인 채택 논의도 확실히 해야한다고 일침했다.
그러자 이용주 의원이 '야당이 소극적'이라는 하 의원의 말꼬리를 잡으며 무의미한 공방을 거듭했다. 결국 김성태 위원장이 정동춘·노승일·류상영 3인 참고인 채택을 다음날 간사단과 협의키로 결론내리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실질적 대질 심문은 굵직한 청문회 일정에 밀려 무산될 공산이 큰 가운데 두 친박 의원은 야당 말대로 '진실에 상관없이' 거취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반면 자신의 질의 협력자이자 위증교사 의혹을 폭로한 핵심 증·참고인들을 청문회 사전에 회동하고도 논란에서 비껴간 야당 의원이 있다. 이완영 의원이 이날 '고영태 증인과 12월 초와 12일 만났다고 한다'며 지목한 'P 의원', 박영선 더민주 의원이다.
박영선 의원은 고영태·노승일씨를 한꺼번에 8일과 12일 두번에 걸쳐 만난 사실이 19일 의원실을 통해 확인됐다. 박 의원 본인은 하루 전부터 계속해서 통화에 불응하고, 특위 회의에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의원은 14~15일 3·4차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이 독일에서의 귀국 전 노씨 등 측근에게 전화통화로 대처법을 지시했다면서 녹취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박 의원측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박 의원이 7일 (2차) 청문회에서 고씨의 증언을 들은 뒤 확인 차원에서 고씨와 노씨를 8일과 12일 두차례 함께 만난 사실이 있다"며 "녹취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목적으로 만난 것이다. 특위 위원으로서 제보자를 만나는 일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2차 청문회 사후 만난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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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최순실 국조특위 제3차 청문회에서 공개한 최순실과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통화 녹취록. 공개 당일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대표인 배명진 교수는 보도자료를 내고 "회의장에 게시된 자막이 실제 음성과 다르다'고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카드뉴스 |
하지만 어째서 두차례나 장시간 두 사람을 만났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2차 청문회 이후 고씨는 야권의 '이만희 축출' 시도 근거가 된 13일 인터뷰 전날까지 박 의원을 만난 것이다.
노씨는 '태블릿 소유주 논란'을 무력화시키는 녹취록의 등장인물로서 3차 청문회 사전에 박 의원과 만나 합작품을 만든 셈이다. 문제의 녹취록은 공개 직후 국내 최고 소리전문가로부터 '서로 맥락이 180도 다를 만큼 음성과 텍스트가 다르다'는 지적을 받아 거짓 증거물, 나아가 위증 협력 의혹을 받을 수 있다.
위증 논란 소지가 있고 핵심 증인과의 사전 접촉사실, 빈도에서 봤을 때 박 의원은 친박 의원들보다 의심 정황이 모자라지 않은 수준이다. 확실한 의혹 규명이 먼저지만 야권은 두 친박 의원을 이미 '답정너' 식으로 단죄하고 소명 기회마저 빼앗은 반면, 박 의원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내로남불'식 정치공세의 전형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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