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김황식·손학규·김종인도 거론…이인제 당수습·대권의지 피력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존립 위기에 놓인 새누리당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보수우파의 거목으로 꼽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총재가 거론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이회창 전 총재는 한나라당 시절 15·16대 대선에 출마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3%p 안팎의 적은 득표차로 아쉽게 패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 무소속 출마하고도 15% 이상을 득표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으며 '대쪽' 이미지도 강해 친박계는 당 혁신의 원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현 친박계는 물론 비주류의 구심점인 김무성·유승민 의원과도 가까워 당을 아우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두 의원이 탈당한다 해도 향후 대선 막바지 보수진영의 재결합이 논의될 때 중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친박계는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를 배출하며 당권을 사수했다. 비박계의 묻지마식 '유승민 전권 비대위원장' 요구는 사실상 반려하고 이날부터 본격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명분 쌓기에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화합을 위해선 유 의원이 아니더라도 혁신 프로그램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외 인사 중에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의원총회에서 유 의원에게 당 혁신 포부를 밝혀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유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사진=이회창 전 총재 블로그


앞서 친박계 5선 중진인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친박 모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해체 선언 기자회견 직후 "친박이든 비박이든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도 갈등을 해소하기 용이하지 않다. 이왕이면 외부에서 모셔오는 게 낫다"고 언급했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을 비대위로 전환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환골탈태하는 수준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 창출과는 거리가 먼 당 외부인물에 수술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혁 작업을 주도할 역량을 갖춘 정치 경험이 풍부한 여러 인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친박계에선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와 90년대 정치권에서 레이스를 펼쳤던 이인제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도 최근 보수 색채를 적극 피력하며 당의 중심에 서고자 하고 있다.

6선 의원급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새누리당이 건강한 보수우파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일조하겠다"며 "당을 빨리 재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후 당이 정비되면 대선후보 경선에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국 마거릿 대처 전 총리,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건강한 보수'의 표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이날 거명된 뒤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1935년 황해도 서흥군 출생인 그는 1960년 서울지방법원의 법관으로 임용돼 1993년 대법원 대법관으로 퇴직했다. 1993년 2월부터 12월까지 제15대 감사원장, 1993년 12월부터 1994년 4월까지 제26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15대와 16대 대선에선 고배를 마신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무소속 후보로 17대 대선에 마지막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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