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조직의 ‘안정’보다는 ‘세대교체’를 통한 그룹 전체에 전면적인 혁신을 택했다.
SK그룹은 21일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통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포함해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대표를 모두 50대 인사로 채우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SK그룹은 이번인사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 수펙스추구혐의회의 역할을 재편하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신임 경영진으로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탄핵정국 등으로 조직의 큰 변화보다는 안정을 최우선시한 ‘소폭 인사’가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기류가 바뀐 배경에는 조직의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성장 동맥이 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도 “변화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수 있다”며 조직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하게 주문해왔다. 여기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SK가 고배를 마신 점 또한 인사 쇄신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보인다.
우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조대식 SK(주) 사장(56)이 내정됐다. 조 신임 의장은 SK(주)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신약개발과 의약품 생산, 반도체소재 등 산규 성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왔다는 평가다.
조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새롭게 신설되는 전략위원회 의원장도 겸직한다. 전략위원회는 관계사간 협력을 강화해 그룹의 신성장엔진 확보 및 성장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 신임 의장이 내정됨에 따라 2013년부터 구속수감됐던 최 회장의 대신해 그룹을 이끌어 온 현 김창근 의장은 2선 후퇴한다.
주력계열사 역시 50대 젊은 경영인이 자리를 채워졌다. SK이노베이션 CEO에는 김준 SK에너지 사장(55), SK텔레콤 CEO에는 박정호 SK C&C사장(53)이 내정됐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53)은 SK(주)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또한 SK네트웍스 사장에는 박상규 워커힐호텔 총괄(52)이 내정됐다.
SK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지난 10월 CEO세미나에서 논의된 사업구조 혁신과 변화‧도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이뤄졌다”면서 “SK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기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혁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