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개변 연기에 불안감 가중
발성장동력·시장 주도권 약화 우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국내 최대 IT 기업인 삼성전자 내부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장은 선제적인 전략을 통한 주도권 확보가 관건이지만 정기인사와 조직개편 등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입간판 /연합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7일 “IT 회사에서 조직개편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인사·조직개편 지연 등이 장기화 될 경우 삼성전자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이 잡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열린 ‘글로벌전략회’를 제외하면 주요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예정됐던 사장단 인사가 무기 연기되면서 신사업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등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변화가 빠른 IT 업계의 특성상 시장의 주도권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변화의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내부의 긴장 강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기업 하만과 미국 프리미엄 가전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회사 비브랩스를 인수한 것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포석이었다.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시너지가 삼성전자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고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실제 시장에서는 의사 결정을 머뭇거린 기업들이 도태되거나 뒤로 밀린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스마트폰 시장이다. 피처폰 시절 전 세계 시장을 주름 잡았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한 순간의 판단 착오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코닥도 카메라의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의 생존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S&P 500 지수(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500개 대형기업의 주식을 기준으로 한 지수) 편입 기업의 수명은 지난 50년 동안 60년에서 18년(2014년 기준)으로 줄었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의 생존은 더 힘들어 지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눈 깜짝할 사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버틸 체력이 있지만 장기화 되면 정말 힘들어 질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정치적 문제로 삼성전자의 경영활동이 ‘올스톱’ 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혹만으로 각종 외압을 행사하고, 무조건식 비난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만약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기 전부터 의혹과 추측만으로 기업을 죄인 취급하면 결국 경영 리스크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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