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반(反) 친박'이라는 명분하에 연대해 세력화까지 성공한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들이 정작 법인세율 인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굵직한 정책 현안마다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이다.

분당에 적극적이었던 여성 최다선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유승민 사당화'는 물론 '경제 좌클릭' 이념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탈당을 전격 보류하는 등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종구 개혁보수신당 정책위의장은 29일 사견임을 전제로 법인세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 당 핵심인 유승민 의원과 이음을 냈다.

   
▲ 이종구 개혁보수신당 정책위의장(사진)은 29일 법인세율 인상 방침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당의 대주주격인 유승민 의원과 이견을 노출했다.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당 정책의 중심에 다름없는 당직자로서 언급이기때문에 가볍게만 볼 수 없어 보인다./사진=미디어펜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제2차 정강정책 토론회 직후 브리핑에서 "올해 10월까지 세수가 지난해보다 23조나 더 걷혔다"며 "저금리·저유가로 인한 기업의 비용 하락과 현대화된 국세청 시스템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법인세 인상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앞으로 좀 더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해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취임 직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겨냥, 복지 확충을 위한 증세를 주장한 바 있다. 법인세율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인 25%까지 최고세율을 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복지수준을 올리기 위한 방편에 있어 법인세율 인상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라며 "새누리당이 법인세는 절대 안 된다며 성역처럼 해왔기 때문에 유독 쟁점으로 보였던 것"이라고 밝혔다.

   
▲ 개혁보수신당은 전날(28일)부터 매일 오전 정책의원총회 형식의 '정강정책토론회'를 열고 당의 이념과 정책노선을 확정하기 위해 부심 중이나, 당 안팎으로 이음이 노출되고 있고 구체적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사진=미디어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관해서도 이견이 표출됐다. 현재 신당 의원 상당수는 '반(反)박근혜' 노선으로 선회하면서 국정교과서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해 10월말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검·인정 교과서 다수의 내용을 "친북 반남"이라고 평가, "국사학계에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한시적 국정화'를 강력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하 의원은 비박계가 탈당을 결의한 이달 21일 대정부질문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당당하게 다른 교과서와 경쟁해서 이겨라. 그게 정정당당한 보수의 모습이다. 국가의 힘으로 이념과 역사를 밀어붙이느냐"고 다그치는 등 180도 태도를 바꿨다.

교육부의 국정화 여부 결정 하루 전(2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화 촉구 성명을 냈을 때 보수신당 의원들은 동참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28일 이은재 의원은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신당 간사로 선임된 뒤, 사실상 전면 국정화를 포기한 교육부를 향해 "내용은 상당히 잘 됐는데 국정화를 집행 못 하는 이유가 이해 안 된다. 여론 교과서를 만들고싶었던 것이냐"고 질타하면서 이견을 노출했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이날 "우리 당은 국정화 반대로 정했다"고 기자와 만나 전했지만, 교문위 간사가 바로 전날 정반대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당은 국정교과서가 사드배치·개성공단 폐쇄·노동시장개혁 등과 함께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사주받은 정책'이라는 야권발(發) 여론에 영합하는 모양새다. 당 1호 논평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추가 협상에 착수가라'는 대정부 압박이었다. 반면 창당 선언문에서 사드배치 등 안보 문제에 "감정적 접근을 배격한다"는 원칙을 내세운 점은 일관성에 관한 의문을 자아낸다.

   
▲ 비박계 집단 탈당 당일 '일단 잔류'를 택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사진)은 29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개혁보수신당 대주주격인 유승민 의원의 '따뜻한 보수' 노선을 '안보는 오른쪽, 경제는 왼쪽'이라고 지칭하며 그같은 노선으로 정통보수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미디어펜


경제 노선과 함께 여태껏 박 대통령만에게만 집중됐던 사당화 논란에서도 신당은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에 잔류 중인 나경원 의원은 같은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당이나 김무성당으로 비춰질 것 같은 우려, '안보는 오른쪽 경제는 왼쪽'이란 게 개혁보수신당의 가치인 것처럼 포장되는 데 대해 우려를 확실히 표해야겠다"고 유 의원의 자칭 '따뜻한 보수' 노선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유 의원이 예전부터 대표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이나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언급을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다. 안보만 보수면 보수라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직격, '유승민 사당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 우려를 불식시키는 걸 신당 합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처럼 비박계 의원들이 당 안팎으로 각종 현안을 놓고 엇박자를 내면서, 노선확정 난항을 겪는 건물론 대선정국에서 지지층 결집을 저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당이 애초 교섭단체로선 네번째로 원내로 발을 들이면서 차별화를 꾀하기 더더욱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보수신당은 매일 오전 정강정책토론회를 열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노선과 정책을 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 현안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날 2차 토론회에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주창한 '경제민주화'를 공개발언에서 재차 꺼내들기도 했다.

장제원 보수신당 대변인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강정책에는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큰 틀의 방향성만 담을 예정"이라며 "내주 초까지 가안을 만들어 각계각층을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노선 확정이 순탄치 않음을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치겠다'는 말로 대신한 셈으로, 내년 1월24일 안팎으로 예정된 창당 일정까지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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