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추대되자마자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배지 반납'을 명령하고, 탈당한 비박계와 당내 친박계에 각각 뼈아픈 말을 남기며 군기를 다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조건적 탄핵·하야를 요구하는 촛불민심에 반감을 드러낸 김진태 의원, 일명 '최순실 국조특위'에서 야권과 반목해온 이완영 의원 등을 겨냥한 듯 "자기 생각이고 소신이라고 할말 다하고 사는 세상이냐"며 '논란 재발 시 처벌' 방침을 세웠다.
비박계 비례대표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자리는 자리대로, 자기 신념은 신념대로 (욕심낸다)"라며 "(신당 합류가) 옳다면 (의원직을) 던지고 가라"고 일축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 전국위의 추인 직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를 언급한 뒤 "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라고 배지 달고 다니는 게 마땅한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가슴에 단 배지를 다 당에 보관해달라"며 "언젠가 때가 되면 돌려드리도록 하겠다. 봉투를 만들어서 당 금고에 보관하라"고 주문했다.
인 위원장은 또 "연말연시에 국민 눈살을 찌푸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며 "가뜩이나 당에 대한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판에 설령 개인 소신이 있더라도, 그게 다른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당 명예를 해친다면 삼갈 줄도 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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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그는 거듭 "우리 당 소속 몇몇 의원이 그런 행태를 보여 언론의 질타를 받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을 다시 보이면 용서하지 않고 처벌하겠다. 제가 드리는 첫번째 경고"라고도 했다.
이는 김진태·이완영 의원을 주로 겨냥한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인 위원장은 앞서 지난 22일 한 종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의원이 공안검사 출신이란 점 등을 들어 "종북피해 망상증"이라고 폄훼했고, 23일 정우택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지명을 수락한 직후 이 의원을 '징계 대상 1호'로 꼽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증인들의 엇갈린 진술 등으로 석연치 않은 위증교사 의혹제기에 시달린 당사자다.
인 위원장은 다만 친박계 핵심을 겨냥한 인적청산에 대해선 "제가 내일 아침 일찍 현충원을 참배하고 다시 여러분을 뵙고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일단 말을 아꼈다.
반면 비박 탈당파의 김현아 의원 등 잔류 중인 비례대표 출당 요구에 대해선 "제가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신당이 이념과 정책적으로 맞다면 무엇을 아까워하겠나. 옳다면 던지고 가야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자리는 자리대로, 자기 신념은 신념대로 (욕심을 낸다)"라며 "그게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확인 사살'을 가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이날 야권발 개혁입법에 무비판적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 '좌클릭' 우려를 낳기도 했다. 직전에 전국위에서 "꼭 한가지 원칙,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다"며 "일시적인 인기에 영합하거나 부화뇌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개혁입법을 (개혁보수신당 포함) 야3당이 스스로 앞장서서 하겠다는 기사를 읽었다"면서 "개혁입법에 그 어떤 당보다도 앞장서서 주도해달라는 말씀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게 드렸다. 특별히 민생을 챙기는 입법, 골목상권 보호라든지 비정규직 문제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입법을 서둘러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보도를 보니 2월 임시국회를 열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민생이 시급한데 왜 2월이냐. 1월 중에라도 열어서 시급한 민생을 처리해야 한다"며 "당이 반대했던 입법이라고 할지라도 새로이 촛불민심이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머리를 맞대고 정치권이 완수해야 한다"면서 당이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이 공감하는 개혁입법은 '김종인표' 경제민주화법이나 성과연봉제 저지 결의안,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 방송사 지배구조 변경,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권한 강화 등 굵직한 현안과 연관돼 논란의 소지가 큰 입법안들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설치법 등 쟁점법안도 산적하다. 이는 '최순실 사태'의 최대 수혜자인 기존 야당에 일방적인 타협을 주문하는 것으로 당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건 물론, 보수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 대신 여론 영합주의를 택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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