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인적 청산의 '핵'으로 지목한 '친박 실세' 서청원 의원이 4일 "거짓말쟁이, 독선자에겐 더 이상 당을 맡길 수 없다"며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또한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 '임시방편의 거짓 리더십'으로 규정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성있는 진짜 리더십을 세우자"고 주장했다.
친박계에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인명진 체제' 협력을 적극 당부하고 이정현 전 대표와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탈당 의사를 타진, 홍문종 의원 등 중진도 당 지도부에 거취를 맡긴다고 몸을 낮춘 가운데, 자신이 당 최대주주라는 점을 내세우며 홀로 추세에 역행한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 위원장에 대해 ▲독선을 통해 특권을 누리고 있다 ▲또다른 패권주의로 국회의원들을 전범으로 분류,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했다 ▲상식에 어긋난 막말을 했다 ▲정치인보다 거짓말 솜씨가 더하다 등 이유를 들며 사퇴를 종용했다.
이 중 인 위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과 관련 서 의원은 "인 명진 목사를 모셔오는 과정에서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논의를 하고 약속도 받았다"며 "그동안의 경과를 가까운 의원들에게 소상히 설명한 게 언론에 보도됐는데 인 위원장은 무례한 일이라고 불만을 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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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친박계 실세 서청원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사진=미디어펜 |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객관적으로 설명을 드렸는데 왜 화를 냈을까 고민했는데, 결론은 뭔가 숨기고 싶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분 말씀대로 '제 발이 저려서' 그렇게 화를 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즉각적인 인적청산에 인 위원장이 반대하는 듯 했다가 강행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내정된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인적청산이야말로 새누리당 개혁에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며 "막무가내로 인민재판식으로 청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전제를 달은 바 있다.
30일 추대된 뒤에도 '대통령 호가호위세력, 박근혜 정부 요직 출신, 전직 당대표, 계파 수장' 등을 언급하며 1월6일까지 책임을 질 방안을 스스로 결정하고 상담받으라는 우회적 언급을 남겼다.
인 위원장은 '친박'또는 계파 실세로 분류되는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음에도 언론은 이들에게 탈당 명령을 내린 것으로 해석, 보도함에 따라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말 바꾸기를 한 것으로 간주한 모양새다.
서 의원은 "그분의 거짓과 기회주의적 처신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비대위원장 영입은) 선의에서 했던 일이지만 제가 그 결과에 책임지고 앞장서 나설 각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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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23일 내정된 이후 친박 또는 친박 실세로 불리는 의원들을 직접 거명한 적 없이 '스스로 책임지는' 인적청산을 요구해왔다./사진=미디어펜 |
서 의원은 사회운동에 주력했던 인 위원장의 정체성을 두고 때늦은 '색깔론' 공세를 펴기도 했다. "개혁보수의 탈을 쓴 극좌파인가. 인 위원장이야말로 악성종양의 성직자 아니냐"라며 "당에 들어와 누구를 이롭게 하려는 것이냐. 좌파 집권을 돕고자 하는 것이냐. 아니면 온전히 당과 정치권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것이냐"라고 쏘아붙였다.
또한 "(의원들에게) 광화문 '애국보수집회'에 나가지 말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인민재판식 의원 줄세우기는 과거에 찾아볼 수도 없는 일"이라며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의 일파를 숙청하며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듯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명 '애국보수집회'엔 김진태 의원만이 꾸준히 참석했고 특별히 인 위원장이 징계 대상으로 거론하지도 않았으며,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서 의원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서 의원은 "오늘 (인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며 탈당계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일부 중진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하겠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듣고 있는데, 본인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또 지난해 25일 인 위원장이 '그만두시면(탈당하면) 대통령 선거 끝나면 제가 노력해서 여당 출신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했다며 "제가 1석 (차이) 갖고 의장이 못 된 사람인데 (새누리당이) 제3당이 될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 위원장이 무슨 힘으로 제게 권하느냐"면서 "그 말대로면 (저는) 탈당계를 냈다가 영원히 정치권에서 떠나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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