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개정 만장일치 전제가 국회 관례…與 "검토 있을것" 원론적 입장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개혁보수신당(가칭)이 정강정책 토론 과정에서 19대 대선 전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현행 19세)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인 5일 황급히 '재논의'로 방향을 돌렸다.

젊은 층의 지지를 많이 받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좌파성향 3당은 일찍이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선거연령 하향을 당론으로 주장해온 만큼, 전날(4일) 보수신당 입장 발표로 정책 추진에 동력이 붙을 듯했으나 논란의 소지만 키운 셈이다.

선거 연령이 18세로 내려가면 사실상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과정 하에 있는 고3 학생들의 투표가 가능해진다. 사실상 교육현장과 정치현장의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이 때문에 "교실이 정치 선전장으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가운데)은 대선 전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전날(4일) 당에서 합의,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하루 만인 5일 "당론 최소화 관점에 있어서도 그렇고 이견이 있거나 어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추후 토론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사진=미디어펜


선거 연령 하향 입법과 관련, 전날 "회의 참석자들 간에는 합의를 봤다"며 "당론 확정 절차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키고 가능하면 대선부터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던 정병국 보수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회의 직후 '추후 재논의'로 방침을 바꿨다.

정병국 위원장은 "당헌 당규가 세팅돼있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당론으로 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가 있다"면서 "당론 최소화 관점에서도 그렇고 이견이 있거나 어제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추후 토론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부연했다. 당내 이견도 존재하고, 섣불리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더민주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3일 18세 투표 허용 추진 방침을 밝힌 데 이어 4일에도 "이번 (1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이날은 윤호중 정책위의장이 나서 "대통령 선거는 19금 포르노가 아니다"는 언급과 함께 "세계 233개국 중 215개 나라가 18세 이상에 선거권을 부여한다"거나, "OECD 국가 중 19세 이상 선거권을 주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이미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을 공통분모로 한 선거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힌 상태다.

선거연령 하향에 반대해온 새누리당을 향해 거야(巨野)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에선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법 개정의 경우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를 전제로 하는 게 관례다. 지난 4·13총선을 앞둔 선거구 획정 역시 여야 제(諸)정당의 만장일치 합의를 이루지 못해 위헌적 선거구 공백사태가 장기화된 바 있다.

만일 보수신당까지 포함한 야4당이 모두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여당의 반대가 있으면 선거 연령 조정안 통과는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이날 "(당내)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뒀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창익 위원장(가운데) 등 간부들은 전날(4일)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주선한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 입법예고 방침에 반발, 철회를 요구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교육 현장 도입에 극렬 반발해온 더민주는 물론 국민의당, 정의당 등 좌파성향 정당의 입장을 대변한 셈이다./사진=미디어펜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18세가 된 인구는 62만107명(전체 유권자의 1.2%)이며, 교육부 통계로 보면 고2 학생은 약 57만명이다. 대선 판도에서 변수로 작용할만한 유의미한 숫자다.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된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4~5월 대선이 있으면 이들 중 일부가, 원래대로 12월에 하게 되면 대다수가 유권자가 될 전망이다.

여야는 그간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실제로 사회 불만여론에 집중하거나 조성·확대하는 좌파성향 정당은 젊은 층 지지를 많이 받아 유리하다고 보고, 구체적 현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새누리당은 불리한 판국이다.

특히 새누리당과 학교 현장 등은 "교실에서 교사들과 학생들이 갈려 싸우게 되는 것 아니냐", "전교조나 좌파 성향이 강한 교사들이 학생들을 선동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제기해왔다.

교내에서 학습 지식은 물론 지위 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교사들의 정치적 입장을 학생들이 따를 가능성이 높고, 교육계에서 좌파성향 전국교직원노동조합(현 법외노조)의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교조와 좌파 정치권 간 세월호·국정역사교과서 등 각종 현안별 유착이 긴밀한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