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과 LG가 차세대 TV 기술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자사의 기술이 우위라는 주장을 펼치며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1년의 3차원(3D) TV와 같은 ‘진흙탕 싸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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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각사 |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삼성전자는 퀀텀닷 메탈 소재를 적용한 QLED TV를 들고 나왔다. LG전자는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유기방괄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였다.
4일(현지시간) 개막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부회장)은 “Q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의 한 종류다. 이 때문에 LCD의 단점들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부회장은 “QLED가 백라이트가 없는 자발광 소재 제품이라면 (OLED와) 비교해야 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OLED TV가 삼성의 QLED TV보다 우위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자발광이 가능한 OLED TV는 명암비와 블랙 등에서 LCD TV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고심을 한 삼성전자는 블랙과 시야각, 밝기, 색표현력 등을 크게 개선한 QLED TV를 들고 나왔다. LCD 기반이지만 과거의 약점을 대부분 지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한 부회장은 QLED의 밝기와 색재현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달았다. 그는 “시야각은 여전히 한계를 갖고 있을 것이다. 휘도얘기도 하는데 결국 휘도를 1500∼2000 니트로 올리려면 백라이트의 휘도도 올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이 발끈 했다. LG디스플레이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맞불을 놓았다.
기자간담회장 마이크 앞에 앉은 윤 사장은 “화질 쪽은 거의 (경쟁이)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자발광이니까 콘트라스트, 시야각이 좋다는 것 외에 좋은 게 있느냐"고 말했다. 자발광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LG의 OLED TV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윤 사장은 "자발광으로 그걸 꼭 해결해야 하느냐“며 ”소비자한테 가격 부담을 안 주고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제품을 제공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화질 만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윤 사장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이라며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다. 세월이 지나면 다 드러난다"고도 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과거 '3D TV 논쟁'의 복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011년 양사는 3D TV 기술 방식의 우수성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2011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TV를 전략 제품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양사는 다른 기술 방식을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시분할 방식인 액티브셔터를, LG전자는 공간분할 방식인 편광필름을 채택했다. 당시 양사 고위 관계자들은 “엔지니어의 양심”까지 거론하며 서로를 물고 뜯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는 OLED TV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LCD TV는 사실상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강하다”라면 “삼성은 최근 프리미엄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OLED TV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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