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롯데·NH농협카드에서 유출된 고객 개인정보 1억여건 중 일부가 불법 개인정보 유통업자에게 흘러가 유통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2차 피해는 없다"고 장담한 당국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디지털 정보의 특성상 복사와 전파가 쉽고, 흔적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당국이 "유통하지 않았다"는 범인의 말만 믿고 2차 피해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미 벌어진 가운데 카드 3사 개인정보 1억여건 중 일부가 유통됨으로써 금융당국은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지만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치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 범인 말 믿다가 늦장 대응... 비난 쏟아져

금감원은 그동안 유통된 정보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당국과 카드사들은 "정보가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2차 피해일 가능성은 없다"고 부인해왔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현오석 금융감독원장 등은 카드사와 검찰의 발표 내용에 근거해 각종 기자회견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유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2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의 점검 결과, 개인정보에 추가유통과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1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3개 카드사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는 전량 회수됐기 때문에 부정 사용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수사당국도 '불법 수집자와 최초 유포자를 검거했고, 현재까지 수사결과 추가 유통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으며, 해당 카드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번 유출사고에 따른 피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1월20일 "대검에서 지난 19일 확인해 준 바와 같이 유출된 고객정보가 제3자에게 유포되지 않아 일반인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가운데 개인정보를 도둑맞은 국민들의 울분은 커지고만 있다.

한 누리꾼은 "처음에는 '유출된 증거가 없다'더니, 이제는 '금융사기에 이용된 증거가 없다'고 한다"며 "다음에는 '돈은 빼갔으나 2차피해라는 증거가 없다'고 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도 "일억명의 데이터를 휴대용저장장치(USB)에 담는데 몇분이나 걸리겠느냐"며 "처음부터 유통되지 않았다는 근거도 없으면서 장담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안전하게 회수됐다는게 범인의 하드디스크 아니냐"며 "범인이 토렌트로 풀었을지 이메일로 보냈을지 알 길 없는데 무슨수로 디지털 신호를 물리적으로 회수했단 말이냐. 기만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피해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검찰로부터 유통된 카드사 고객 정보 데이터를 받았으며, 14일에는 부원장 주재로 관련 실·국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에 대한 검사를 통해 유통된 고객 정보를 확인하고, 관련 법에 따라 통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조성목 여신전문검사실장은 이날 "카드3사의 정보가 모두 유통됐는데 롯데·농협카드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진행 중이고 국민카드에도 곧 검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이어 "검사를 통해 유통된 정보를 맞춰보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해당 피해자에게 통지해야 하면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통된 정보가 대부분 마케팅 용도로 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법상 피싱 등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지만 정보를 유출한 카드사에 도덕적 책임이 있으니 피해가 안 생기도록 홍보하고 구제방안도 마련하라고 통보할 것"이라며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사건이 드러난 후 2개월여간 범인의 말만 믿고 유출된 정보의 유통 가능성 부인해왔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변명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금감원이 검사로 정보 유통 여부를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금감원의 검사권보다 훨씬 쎈 수사권으로도 시간이 걸리고 잡기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수사기록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며 "정보라는 것이 10개 중 3개를 훔쳐갔다고 7개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힘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