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공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노사간 긴장이 제고되고 있다. 각 은행노조는 공기업 전환시 '허수아비 은행'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내심 공기업 지정이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5일이나 31일경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공공기관의 신규 지정과 해제, 분류 변경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정부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금융노조와의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작년 9월 20일 금융노조가 투쟁상황실에서 '성과연봉제 반대' 취지의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미디어펜


이번 공운위에서는 현재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산하 기업은행, 기획재정부 산하 수출입은행 등을 공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산은캐피탈 등을 새로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측 관계자는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두 은행은 총수입의 절반 이상이 자체 수입"이라면서 "공기업이 될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공기업 지정의 의미는 정부 입김이 그만큼 커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기타 공공기관은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과 달리 공운위의 경영 평가를 받지 않는다. 이사회 운영이나 임원 임명 등에서도 자율성이 보장된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행장 인선 시즌마다 '낙하산 논란'이 일긴 했지만 결국 3연속 기은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하고 있다. 인사 자율성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던 셈이다. 

이들 기관에 대한 공기업 지정이 완료될 경우 한동안 진정세에 접어들었던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하게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공기업 지정 카드를 꺼내든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다"면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해 '허수아비 조직'으로 만든 다음 낙하산 인사, 성과연봉제 등을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산은과 기은은 지난 2012년 1월 이명박 정부의 기업공개를 통한 민영화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4년 1월 다시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 됐다. 그 이유와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한바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부처 간 알력다툼이 근간에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공기업 지정을 추진하려는 정부 측에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관치금융의 폐해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하는 우리 금융권이 행여 정부의 그림자에 더 깊숙이 매몰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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