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23일 신년기자회견에는 사드와 소녀상 등 국정현안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에 따른 국정공백과 불확실성 시대를 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일본과의 외교적 현안에 대한 고민이 배여 났다.
안보·경제 환경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황 대행은 국민적 대통합 필요성을 호소하면서 여·야·정 국정 협의를 거듭 요청했다. 대통령 탄핵국면에 국론은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호기를 맞은 듯 대선놀음에 빠져 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이재명 누구랄 것도 없이 포퓰리즘을 남발하며 촛불 민심에 읍소하고 있다. 국정은 마비되고 안보도 외교도 경제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이다. 오직 남 탓만 하고 있다. 탄핵사유서를 다시 쓰겠다는 국회의 오만은 이성을 상실했다.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신년기자회견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대통령 코스프레'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한지붕 살이를 청산한 어제의 동지였던 바른정당의 반응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바른정당은 황 권한대행을 향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범정부차원에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어이상실이다. 배신의 끝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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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황 대행 신년기자회견은 말만 번드레했지 아무 내용도 없었다. 한마디로 빛좋은 개살구, 속 빈 강정 같은 회견"이라며 "대통령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대책이라 내놓은 건 정책목표에 가까운 하나마나한 내용이었고 노력하겠다, 힘쓰겠다는 말만 되풀이해 평가할 가치를 특별히 찾기 어려웠다. 대체 이런 부실하기만 한 회견을 왜 했나 의문"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황교안 권한대행은) 본인이 잘나서 권한대행이 된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앉게 된 것"이라며 "권력에 취한 대통령 코스프레에서 깨어나 본인의 정치적 책임부터 자각하길 바란다"고 몰아세웠다.
이어 "황 대행의 올해 국정운영방향 발표는 이런저런 미사여구만 잔뜩 늘어놓았을 뿐,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며 "민생문제 외교문제 등 각종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없었고,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뻔한 얘기를 뻔하게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애초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권한대행이 국정운영방향을 제시한다는 것부터가 난센스"라며 "(황 대행의) 혼란만 가중시킨 회견은 기본적 현실인식 수준과 판단력조차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당 대표들과의 고위급 회동 제안'에 대해서는 "박근혜식 유체이탈화법에 불과하다"며 "무엇을 제시하기에 앞서 지난 실책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선행되는 모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은 "황교안 권한대행은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라"며 "대선 출마에 대한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차기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히고 오로지 민생현안에만 집중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탄핵정국의 과도내각으로서 황교안 총리는 국민들께 잘못 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국민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민생과 안전, 안보에 집중해야 한다"며 "국민을 상대로 정치에 몰두하지 말고 국회로 와서 여·야·정 정책협의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게 황교안 권한대행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4당의 반응 요지다. 어디를 봐도 안보와 경제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말은 찾을 수 없다. 어떻게 해 보자는 대안이라곤 없다. 모두가 남 탓이다. 국민을 끌어다 붙이는 것에서는 창피도 모르는 철면피다.
국회는 이미 식물을 넘어 뇌사상태에 빠졌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은 의회 권력은 스스로 입법기관으로서의 자격상실을 고했다. 권력욕에 눈이 멀어 대통령 탄핵이라는 테러 감행도 모자라 이제 탄핵사유서까지 고치려 들고 있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악의 소굴이나 다름없다.
국회가 국정 발목을 잡아 온 주범임은 온 국민이 목도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악수의 이제 곧 국회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민 대통합을 호소하며 여야정 국정 협의 요구를 번번이 묵살했다. 사드, 일본군 위안부, 국정교과서 등 현안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대에 올랐다고 국민이 선택한 정책기조까지 탄핵 대상일 수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안보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침몰위기에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하루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 시국에서 누구라도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침을 뱉을 자격은 없다. 더욱이 대선주자라면 대권놀음에 앞서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것이 진정한 경세가의 덕목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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