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공공일자리 vs 여권 규제혁파 기조…창업·혁신 공약 구체화 필요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치권에서 조기 대선을 점치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다투어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일자리 공약'을 내놓으며 수권능력 입증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법정 근로시간 단축, 벤처 창업단지 조성, 행정 규제의 '네거티브' 방식 전환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다수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소비 여력을 늘려 일자리를 늘려보겠다는 간접적 복안도 있다.

최종적으로 실현가능하고 실리적인 공약이 국민의 검증과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 유력주자를 위주로 그 주장과 논거를 정리해 보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과 재정능력을 총 투입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건 반만 맞는 말이다.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을 이제 끝내야 한다"며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부터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도합 13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복지공무원 25만명 증원, 의무경찰 폐지와 정규경찰 신규 충원, 소방인력 충원, 보육교사, 의료인력, 부사관 등 일자리를 늘려 총 81만개 정부 고용을 우선 늘린다는 구상이다. 또 법정 근로시간 단축(20만개)과 연차휴가 사용 의무화(30만개)를 통해 5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이밖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 투자를 증대하고, 중소기업 근로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까지 정부가 끌어올리며, 법적으로 비정규직 고용 규제를 강화해간다고도 했다. 법정 최저임금 상승도 빠지지 않았다. 

재원 문제에 대해선 "재정운용의 우선순위 문제일 뿐"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부은 국가예산 22조원이면 연봉 2200만원짜리 일자리를 100만개 만든다"고 예를 들었다. 하지만 22조원을 투입해 종결된 사업과 매년 투입해야만 하는 일자리 예산을 비유한 점,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 제시가 결여된 점이 비판의 소지를 남긴다.

1위와 지지율 격차는 커지고 있지만, 2위를 지키며 범여권 후보 이미지를 굳혀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어떤 분은 공공부문을 늘려서 일자리를 한다는데, 상당히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공에서 실업을 흡수하려 하면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반기문 전 총장은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기업활동 규제 혁파를 주장했다. "일자리는 무엇보다 기업이 창출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해야 할 것만 정해주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가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 제안이다.

기업가의 아이디어와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역시 국가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기존 규제방식으로 어렵다는 지론을 폈으며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창업에 대한 세제·재정·규제완화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교육·재벌·노동 분야의 개혁과 일부 사회 구성원들의 고통분담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노동시장 경직성을 지금 OECD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고 실천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이전까지 고정적 3위 주자로 각인돼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는 문 전 대표의 일자리 정책 발표 당일 "평가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부실한 정책"이라고 쏘아붙였다. 또한 "경제를 살리는 주체는 기업으로,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건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창업을 성장 키워드로 내세운 주자로 분류된다. 같은 출발선, 공정한 경쟁, 실패 시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창업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바른정당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창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공유적 시장경제'를 기치로 국가가 조성한 플랫폼에서 생산수단 공유 등을 통해 창업 비용을 경감, 육성을 돕는다는 복안이다. 유승민 의원은 '혁신 성장' 기조 하에 창업투자금융 제도와 창업규제는 물론, 교육·과학기술·노동정책을 개혁한다는 다짐을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 창업 육성의 경우 예산지원 위주로 정책이 설계된다면 혁신성과 자생력을 저해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또 공정경쟁을 명분으로 대기업 업종 제한에만 주력한다면 특정 업종 내 중소기업들이 추가 성장을 꺼리고 독과점 이윤만 추구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왼쪽)와 더민주 소속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사진=연합뉴스

탄핵 정국 이후 3위 주자로 급부상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더민주 소속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히는 대신, 불황 타개책으로 '이재명식 뉴딜성장정책'을 내세웠다.

이 정책은 기본소득(국민 2800만명에게 연 100만원)과 토지배당(5000만명에게 연 30만원)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비 여력을 늘려 경제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비 여력이 늘면 공급자 입장인 기업활동과 일자리도 증대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 기본소득의 경우 연 28조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토지배당도 대규모 토지 소유자를 타겟으로 한 증세를 통해 15조원을 마련한다는 게 선결요건이다.

그러나 두 예산만 합쳐도 내년도 국방예산(40조3347억원, 총지출대비 10%)을 넘어서기 때문에 복지 과잉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직접적인 증세 타겟이 될 초고소득 기업과 개인, 토지 소유자의 역외 이탈과 경기 위축에 대한 대안도 내놓지 않아 미완의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최근 대선후보군 지지율 조사에 포함돼 5위권 안팎으로 입성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 직접적인 대권행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23일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 전문을 통해 일자리 복안을 엿볼 수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민관협력을 통한 기업 해외시장 진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기업 투자·고용확대 지원 병행 ▲창업기업의 연구개발·자금·판로 지원 ▲혁신 및 수출·내수확대를 위한 규제혁신 등 복합적인 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에게 "다시 한번 과감한 투자 확대와 혁신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에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근간이라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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