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롯데·NH농협카드에서 유출된 고객 개인정보 1억여건 중 8,000여만건이 유통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2차 유출은 없다"고 공언해온 금융당국이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다. 

디지털 정보의 특성상 복사와 이동이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는 등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일각에서 제기된 2차 유포 가능성을 '괴담'으로 규정하는 등 사태 축소에 골몰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특히 수많은 피해자들이 유출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카드 재발급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이라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2차 유포 확인이 이뤄진 후 긴급 회의를 열어 사태파악에 나섰지만 현재 국민·롯데·농협카드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하는 것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지난번 1억여건의 유출 사실이 드러났을 때 피싱, 스미싱 등에 대한 대응요령을 배포하는 등의 조치를 이미 취했다"며 "금융사에서도 정보 유출과 관련된 조치를 이미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17일 금융당국 수장들이 사건 축소에만 급급해 피해를 확산시켰다고 입을 모아 비난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검과 금융위, 금감원, 경제부총리 등이 모두 2차 피해가 없으니 안심하라고 했는데 완전 거짓말이었다"면서 "카드사와 당국의 말을 믿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신 최고위원은 "나 자신도 개인정보가 단돈 1원에 범죄용으로 팔린 것을 생각하면 온몸이 오싹하다"면서 "당국은 2차 피해가 없었다는 처음 발표가 잘못됐다는 것을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최고위원 역시 "2차 피해는 없다던 금융위원장, 100% 안심하라던 금감원장,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던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공언(空言)이었다"며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실제 피해를 본 국민 앞에 사죄하고 향후 피해 최소화 방법에 대해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개인정보 유출대란을 확산시킨 주범은 바로 정부"라며 "2차 유출 우려를 근거없는 괴담으로 규정하고 사회관계망(SNS) 전담팀까지 운영해온 것이 정부"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의 즉각적 소집과 관련 법의 처리를 새누리당에 요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현 부총리와 금융당국 수장들은 대국민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근본대책이 아닌 사건축소에만 급급해서 피해만 확산시킨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경태 최고위원 역시 "현 부총리와 신 금융위원장 등이 모두 앵무새처럼 2차 유출은 절대 없다고 단언해왔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왜 2차 유출이 절대 없다고 했는지 경위와 진상을 파악해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관련자 문책을 통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당국이 유출정보의 추가확산 가능성을 '괴담'으로 규정했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온라인매체·SNS상에 국민불안을 조장할 수 있는 루머가 과도하게 유포돼 사실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해명하는 노력을 했다"며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유포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있어서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