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자 그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가 본격 실행되면서 주요 교역국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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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
트럼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다. 사흘 전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고 이틀 전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의 대선 공약 중에는 중국과 통상마찰을 격화시킬 수 있는 고율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같은 정책들도 포함돼 있다. 이런 정책들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보호무역 칼날이 중국을 건너뛰어 곧바로 한국을 향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선거 당시, 한·미 FTA로 대 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는 10만 개나 사라졌다며 FTA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의 신임 행정부가 새로운 국정기조 아래 그동안 공언해왔듯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 과 멕시코 제품에 각각 45%, 35%의 관세를 매긴다면,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신임 행정부가 내건 국정기조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들에게 무역협정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시작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캐나다와 멕시코 등 회원국들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재협상을 거부한다면, 역시 탈퇴를 선언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한 실패한 무역협정을 탈퇴하거나 재협상하는 데 이어 기존 무역협정을 위반함으로써 미국 노동자들을 해하는 국가들이 더는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미국에 일자리를 되찾고 임금을 올리고 미국 제조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트럼프는 취임사나 새로 밝힌 국정기조에서도 지금까지 밝혀온 큰 틀 외에 구체적인 경제정책 실행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그동안 선거캠페인 과정과 당선 이후 실행하겠다고 반복해온 중국이나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나 중국 등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극단적 조처들이 실제 실행될지 주목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최근 내놓은 '미국 신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극단적 조처는 모두 실행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나 멕시코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부과는 대적통상법이나 국제비상조치법에 따라 '국가 재난'이나 '비정상적인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행정부가 '국제무역 규제'를 허용함으로써 실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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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수출 선적장에 수출차량이 수출선에 오르기 전 대기하는 모습. |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와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경세가 시행되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수출국들이 최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경세의 취지는 미국 기업이 법인세 등 제조비용이 낮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을 막아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 수출기업에는 세금혜택을, 수입기업에는 세금인상 효과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이 최대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통신장비, 컴퓨터와 부품, 자동차, 스포츠의류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급변한 통상 정책 기조에 우리 기업들은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멕시코나 베트남 등 해당 협정의 수혜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은 경영전략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일본이 주도적으로 이끌던 TPP가 무산됨에 따라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지만, 트럼프식 보호무역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그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TPP 탈퇴는 베트남 진출 기업에 가장 큰 충격을 줬다. 베트남은 TPP 발효 시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하면서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 수출 등에서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활발히 이뤄져 지난해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법인은 2746개사로 추산됐다. 하지만 일본과 함께 TPP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미국이 빠져나감에 따라 베트남 진출에 따른 이득도 현저히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지켜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은 TPP가 발효되면 일본산 승용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부과되는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탈퇴로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유지될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는 미국 시장 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일본 자동차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NAFTA나 TPP가 문제가 아니란 견해도 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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