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은 폭풍이 삼켜 버린 비운의 뱃사람들 이야기다. 그러나 아픔과 슬픔만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는 생명을 앗아 가는 하데스이기도 하다. 즉 대자연 앞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황새치잡이 어부들의 모습을 통해 지은이는 삶에 대한 경외감과 허무함에 대한 진지한 되새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폭풍처럼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빌리, 피에르, 설리, 벅시, 머피, 바비는 뭉개진 자존심을 되살리기 위해, 또는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안드레아 게일 호를 탄다.
이상스러우리 만큼 불길한 예감이 떠돌지만 그들은 푸른 바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한 달여 동안 갖은 어려움을 딛고 잔뜩 고기를 잡아 올리지만, 제빙기가 고장나 버린다.
고기를 썩히지 않으려면 하루 빨리 항구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거대한 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폭풍을 피해 돌아가면 늦는다.
마침내 그들은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폭풍과 정면 승부를 건다는 딜레마의 한 쪽 뿔을 선택한다. 즉, 그들은 지옥의 입구로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