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종 방심위원장 면담해 민심 전달…"최순실태블릿PC가 탄핵 도화선"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잠룡'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3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촉발한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관련 의혹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즉각적 심의 착수를 촉구했다.

이같은 요구는 연쇄 조작·허위보도 의혹을 받는 태블릿PC 보도에 문제제기가 계속됐음에도 박효종 방심위원장이 '탄핵 심판 이후로 심의를 미루겠다'고 한 것에서 기인했다.

김문수 비대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방심위를 찾아 약 보름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수우파 시민들의 요청사항을 청취, 박효종 위원장을 면담해 전달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허위·조작 의혹을 받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즉각적인 심의 착수를 촉구하는 보수우파 시민들의 방심위 농성장을 찾았다./사진=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김 비대위원은 "'최순실이 태블릿PC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함으로써 국정농단을 했다는 보도가 허위이므로 정정보도 조치를 내려달라'는 농성자들의 요구를 듣고 박 위원장에게 전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탄핵의 도화선이 된 JTBC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여부는 특검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태블릿PC는 ▲최초 폭로 당시 데스크탑PC로서 보도된 점 ▲최순실 소유를 결정적으로 입증할 물증이 없는 점 ▲입수경위 관련 보도 혼선과 불투명한 해명 ▲고영태의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쓸 줄 모르는 것으로 안다'는 작년 12월7일 청문회 진술 당일 JTBC의 모순된 해명보도 등 각종 의혹의 근원으로 꼽힌다.

농성은 앞서 지난 17일부터 보수단체 엄마부대봉사단 회원들이 방심위에 항의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박 위원장이 면담 요청을 묵살하자 회원들은 사무실에서 퇴거하지 않고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이같은 사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전되면서 보수우파시민들이 점차 가세, 직접 참여하거나 지원물품을 전달하는 등 방심위 로비에서 농성의 세(勢)를 불려갔다.

   
▲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허위·조작 의혹을 받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즉각적인 심의 착수를 촉구하는 보수우파 시민들의 방심위 농성장을 찾았다./사진=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경찰이 유입 인원을 막고 농성자들을 끌어내려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상자를 냈고, 심지어 일부러 창문을 열어 겨울 한파에 시민들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등 비인간적인 조치도 행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농성은 계속됐으며, 설연휴 도중인 지난 2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집회를 마친 약 3000명의 우파 시민들이 방심위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일 정도로 사태는 확대됐다.

김 비대위원이 이날 방심위를 찾은 것은 농성 보름째에 이르러서야 정치권이 보수우파 여론에 직접 부응한 첫 사례로서, 새누리당의 '집토끼 끌어안기' 행보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허위·조작 의혹을 받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와 관련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사진=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앞서 이날 김 위원은 아들들과 정치논쟁으로 반목한 끝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글귀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투신한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회원 고(故) 조인환씨의 빈소를 찾았으나, 두 아들의 완강한 거부로 조문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을 기정사실로 간주, 비박계 일원으로서 친박계와 정면 대립해온 김 위원이 탄핵 반대 여론을 경청하고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당내 분위기 전환을 점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같은날 당 지도부도 정우택 원내대표와 장능인 비대위원이 당일 퇴임하는 박한철 헌재소장이 최근 탄핵심판 진행 상황과 무관하게 '조속한 판결'에만 무게를 둔 발언을 한 데 대해 "졸속 심리와 공정성 문제 등 여러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 헌법과 법리에 따른 판결을 주문하는 등 보수우파 시민사회의 우려와 궤를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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